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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아너힐즈' 조감도 |
[컨슈머타임스 김정우 기자] 현대건설이 새로 선보이는 고급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가 정부의 '강남 분양가 잡기'에 출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사장 김선덕, 이하 HUG)는 25일 개포주공3단지 주택재건축사업 주택분양보증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개포주공3단지에는 현대건설 디에이치 브랜드의 첫 단지인 '디에이치 아너힐즈'가 들어설 예정으로 이미 지난 8일로 예정돼 있던 분양 일정이 분양보증 미승인에 따라 한 차례 미뤄진 바 있다.
HUG는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분양보증 불승인 이유로 해당 아파트의 분양가가 인근 단지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꼽았다. 현대건설이 최종 신청한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310만원으로 삼성물산이 지난 3월 인근 개포주공2단지에 분양한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3762만원 대비 14% 높은 수준이다.
HUG 관계자는 "인근 아파트 분양가 대비 10%를 초과하는 경우 고분양가로 판단하고 있다"며 "고분양가가 타 사업장으로 확산될 경우 보증 리스크가 증가될 수 있으므로 분양보증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승인 거부 배경을 설명했다.
고급 내장재와 호텔식 단지 구성 등을 앞세운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3.3㎡당 최고 분양가가 강남 최고 수준인 5000만원을 호가할 것으로 예상돼 이목을 끈 바 있으며 지난달 말 현대건설이 처음 신청한 분양가는 4457만원이었다. 래미안 블레스티지를 기준으로 10% 이내에서 분양가를 결정한다면 4180만원 미만까지 낮춰야 한다.
이에 현대건설과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작부터 디에이치 브랜드의 가치를 최대한 높이고자 하는 현대건설의 입장과 사업성을 비롯한 조합원 이익 극대화를 원하는 조합의 의도가 암초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처음 고급 브랜드를 론칭하려는 상황에서 조금 난감하다"며 "(HUG가) 일종의 본보기로 (분양가를) 잡으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합 관계자는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이사회 등을 통해 의견을 조율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인근 단지와) 내장재 등 상품이 다른데 비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건설은 기존 '힐스테이트'와 별도로 3.3㎡당 평균 분양가 3500만원 이상의 단지에만 디에이치 브랜드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분양가 기준을 볼 때 향후 강남권 재건축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에서 디에이치 아너힐즈에 대한 분양보증 불승인은 현대건설의 고급화 브랜드 전략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향후 강남권 분양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에서도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분양가 과열 조짐이 보이자 정부가 이를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까다로운 분양보증 심사' 카드를 뽑아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저금리 기조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유예,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에 힘입어 올 연말까지 '강남권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서 재건축 2634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내년 말 종료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유예 대상 사업장이 되기 위해 건설사들이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내고 있어, 내년 이후에도 적잖은 물량이 쏟아질 전망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이달부터 분양에 들어간 단지들을 대상으로 중도금 대출 건수 1인당 2건, 총금액 6억원(지방 3억원)으로 제한하며 분양 과열 잡기에 나선 바 있다. 금액 제한을 감안하면 사실상 강남권을 타깃으로 하는 규제로 볼 수 있으며, 이번 분양보증 심사 기준도 같은 맥락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정부의 기조가 향후 강남권 분양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HUG가 밝힌 고분양가 기준은 인근 단지 대비 10% 수준이지만 향후 1만여 가구에 대한 재건축 사업이 예상되는 압구정지구와 같은 경우 비교 대상이 적당치 않아 '고무줄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르면 다음달 '압구정지구 개발기본계획(정비계획변경안)'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압구정지구 같은 경우 주변 비교 대상이 되는 단지가 적당히 없어 디에이치 아너힐즈가 일종의 기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경우 사업 규모와 물리적 거리 등에 따라 개포주공2·3단지 이상의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한편 HUG는 현대건설이 제시된 기준에 맞는 분양가로 다시 분양보증을 신청하면 수일 이내에 승인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늦어도 다음달 중에는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분양이 시작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