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오류로 얼룩진 '현대사 사진'
[컨슈머타임스 김동완 기자] 현재 고등학생 1∼2학년이 배우는 검정 한국사 교과서 8종이 1권당 9장 꼴로 잘못된 현대사 사진을 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상명대 대학원 디지털이미지학과 박준형 박사과정생과 양종훈 교수가 작성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자료 사진 오류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2009년 개정판인 한국사 교과서 8종의 현대사 단원(1945년 광복 이후)에 수록된 사진을 분석한 결과 1권당 평균 125장의 사진이 수록돼 있었다.
페이지당 평균 수록사진은 1.93장으로, 2007년 개정판의 1.63장보다 소폭 늘었다.
교과서 1권당 사진 오류는 평균 9.25건 발견됐다.
사진 원본을 임의대로 편집 사례와 미흡하거나 잘못된 캡션을 쓴 사례가 많았다.
리베르스쿨은 4·19 혁명 당시 고등학생들의 시위 모습을 담은 사진에서 배경을 지우는 바람에 그때의 분위기나 주변 환경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했다.
비상교육은 냉전체제를 설명하면서 사용한 베를린 봉쇄 당시 사진에서 군수 물자를 나르는 비행기 사진을 원본보다 확대했다.
지학사는 '9·28서울수복'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서울 수복 후 중앙청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국군'이라는 캡션과 함께 사진 1장을 실었다. 그러나 해당 사진은 당시를 재현한 장면을 찍은 것이다. 당시 사진은 현재 남아있지 않다.
교학사는 1971년 8월10일 광주대단지(지금의 경기 성남) 주민 5만여 명이 정부의 무계획적인 도시정책에 반발해 일으킨 '광주 대단지 사건'을 설명하는 사진에서 다른 교과서와 달리 해당 지명이 '경기도 광주' 혹은 '지금의 성남'임을 표기하지 않아 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었다.
미래엔은 상록수 부대가 1999∼2003년 동티모르에서 전개한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활동을 보여주는 사진에 활동시기를 '1989∼2000년'으로 잘못 표기했다.
이외에도 2개의 사진을 겹쳐서 배치하는 바람에 사진 간 구별이 잘 안 되거나 다른 출판물의 사진을 재인용하는 과정에서 화질이 떨어져 명확하게 알아보기 어려운 사진도 있었다.
논문은 "교과서에 수록된 사진은 학생들에게 현장감 있게 역사를 보여주는 도구이자 역사적 사건을 간접 체험하게 하는 증거"라며 "이 사진을 조작·왜곡하는 건 역사를 왜곡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문가와 함께 적합하고 신뢰성 있는 사진을 신중하게 선정해 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논문은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8월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