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세계유산 등재 추진 관련 2차협의…조정문안 제시
[컨슈머타임스 박정수 기자] 조선인 강제노동 시설이 포함된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추진과 관련해 한일 양측이 9일 '강제노동 반영'을 골자로 하는 구체적인 문안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우리 측이 문안을 제시했고, 일본 측이 이견을 표시해 향후 3차 협의를 하기로 했다.
최종문 외교부 유네스코 협력대표와 신미 준 일본 외무성 국제문화교류심의관 겸 스포츠담당대사는 이날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 관련한 2차 협의를 진행했다.
정부 당국자는 협의 후 기자들에게 "우리가 제안한 문안에 대해 양측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형식으로 협의를 진행했다"며 구체적 문안을 제시했음을 밝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산하 민간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이코모스)가 '등재 권고안'에서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라"고 이미 권고한 만큼, 문안에는 '조선인 강제노동'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본 측이 등재를 추진하면서 1850년부터 1910년으로 시기를 한정했지만 이코모스가 '전체 역사'를 권고한 대로 1940년대에 집중됐던 조선인 강제노동도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등재 결정문에 강제노동 사실을 적시하거나 관련 시설에 기념비 설치나 영상물 제작 등의 타협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8일부터 독일 본에서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가 개최되는 가운데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등재 여부는 내달 3~4일께 안건으로 논의돼 최종 결정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측은 "이코모스의 '전체 역사' 권고를 존중한다"면서도 우리 정부가 제시한 문안의 세부 내용에 대해 이견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이 제시한 문안에 대해 양측이 주고받고, 일본측도 이코모스 권고를 존중한다는 입장이어서 타협 가능성이 다소 커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유산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라'는 이코모스의 권고 내용이 들어간 회람용 결정문 초안이 이미 게시돼 우리 정부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그러나 "상황을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고 열심히 해나가고 있다"면서 "세부사항은 또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등재를 신청한 23개 근대산업시설 가운데 '지옥도'라는 별칭이 붙은 하시마(端島) 탄광을 비롯해 7곳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의 한이 서린 시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