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금융소비자보호' 문제는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올랐다. 소비자의 권익을 등한시하고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해온 금융사의 탐욕이 금융위기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4만여 명의 금융소비자들을 공황상태로 만든 '동양 사태', 시중은행들의 직원 비리사건·소비자정보유출 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은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안을 마련하는 등 신뢰 구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의 기능을 강화할 목적으로 이를 별도 분리한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소비자를 위한 피해예방교육, 분쟁조정 등을 전담할 예정이다.
컨슈머타임스는 기획 '금융권의 소비자보호 현주소'를 통해 국내 4대·지역은행 그리고 카드·보험·증권사 등 범 금융권의 소비자보호 현주소를 확인해 봤다. [편집자주]

[컨슈머타임스 장애리 기자] 대구·부산·전북·광주은행 등 지방은행들이 소비자보호 담당 부서를 신설·강화하고 빠른 민원해결 방법을 모색하며 금융권의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시중 은행과 달리 지역경제를 기반삼아 소규모·대면 영업에 큰 비중을 둔 만큼 신속한 피해구제 및 대면서비스 만족도 높이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 '소비자 보호 담당자', '소비자의날' 지정…사원부터 행장까지 나섰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은행들은 금융당국의 핵심과제로 떠오른 금융소비자 중심의 감독·규율체계 강화에 동참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7월 금융소비자보호 지침을 제정해 금융상품의 기획단계에서부터 판매·사후관리까지 상품판매 전 단계에서의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체계를 구축했다.
먼저 기존 마케팅본부 소속이었던 금융소비자보호센터를 독립시켜 은행장 직속 금융소비자보호부로 확대하고 부행장 급의 총괄책임자를 선임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더불어 소비자 민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금융소비자 보호 담당자 지정', '불완전 판매 예방 및 소비자 만족도 향상을 위한 CS평가방법 변경', 민원점검의 날' 등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10월 금융소비자보호부를 신설하고 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에 임원급 인사를 배치하고 임원 및 부점장 250여명을 대상으로 금융소비자보호업무 및 금융회사 정보기술(IT)부문 보호업무와 관련한 포럼을 개최했다.
또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불합리한 관행개선, 신속한 피해구제, 불건전 영업행위 근절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금융소비자보호 헌장을 선포하고 'DGB소비자 보호의 날'을 정해 월 1회 정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광주은행은 지난해 9월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를 열었다.
금융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민원을 예방하기 위해 신설된 이 부서는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가 위원장을 맡고 14개 부서 부서장이 위원으로 구성됐다. 금융 민원사례 발굴 및 금융민원 예방책 모색을 담당하게 됐다.
경남은행의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도 CCO와 금융소비자보호총괄부서장 그리고 15개 관련 부서장이 각각 위원장과 위원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소비자 보호 헌장 선포식'과 '고객만족 헌장 선포식'을 갖고 금융소비자 보호와 고객만족을 위한 각오와 의지를 다졌다.
본부 부서와 영업점의 일반 직원들도 업무 수행 중 수집한 불편사항과 요청사항을 부서와 영업점별 자체 토론회를 거쳐 개선방안을 찾고 있다.
전북은행은 신년사를 통해 소비자보호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김한 은행장은 신년사에서 "소비자보호 강화 및 금융상품 완전판매를 위해 노력하고 생산성 향상 및 건전성관리 강화에 힘쓰겠다"며 "변화와 도전의 마인드 셋 재정립과 상생적인 노사관계의 형성에도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은행들의 금융소비자보호 조직 강화 및 민원해결 노력은 은행 수익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은행권이 저금리 기조에 따른 예대마진 하락과 대기업 부실 등으로 4분기 내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 등 6개 지방은행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3분기 중 국내은행 전체의 당기순이익은 1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 2조원에 비해 14.5% 하락했다고 밝혔다. 반면 6개 지방은행 순익은 전년과 거의 변함없는 3000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 "소비자 신뢰 잃으면 은행 문 닫아야…소비자보호에 만전 기할 것"
지방은행들은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영업활동을 펼치는 만큼 소비자보호 강화 방안과 민원 해결 등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전국구가 아닌 특정 지역에서 영업을 집중하는 만큼 시중은행들보다 소비자응대·민원처리·사회공헌 활동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며 "은행의 기반이 되는 지역소비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내부통제 사항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의 금융권 이슈와 금융당국의 소비자보호 강화 주문에 발맞춰 관련 부서를 강화하고 있다"며 "지방은행은 지역 소비자의 신뢰를 잃으면 기업의 존립이 불가능한 만큼 전사적으로 소비자보호 강화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