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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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5월 06일 0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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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로 '착한가격' 확립… "좋은책 제값주고 사겠다" 는 인식 필요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동네 서점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들의 대대적 물량·가격공세에 밀린 결과다. 

동네 서점이 가장 번성했던 1994년, 5700여 개에 육박했던 중소서점은 그 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15년 동안 70% 가까이 사라졌다. 2011년에는 한 소규모 서점 주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자신의 서점 근처에 개점을 앞둔 도서 할인 판매 업체로 인해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기 때문이었다.

이런 열악한 환경속에서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박대춘 회장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동네 곳곳에 편의점처럼 들어서는 서점이야말로 독서진흥 운동의 보루'라고 생각하는 박회장은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해 '도서정가제' 법제화 공청회에 참석하는 등 연일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 서점 위기의 근본 이유는 유명무실한 도서정가제

Q. 경북 영양군 등 서점이 단 하나도 없는 지역들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동네서점들이 벼랑 끝에 몰린 현재의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 현재 전국의 중소서점 수는 지난 1994년 5683개로 최고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약 15년 만에 70% 가까운 서점이 사라졌습니다. 이것이 21세기 지식문화강국을 내세우는 한국의 현주소입니다. 지식문화의 모세혈관인 서점이 생존조차 하기 힘든 이런 현실은 분명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Q. 동네서점들이 경쟁력을 잃은 까닭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일부에서는 영상문화의 범람과 인터넷의 발달, 스마트폰과 태블릿PC등의 진화를 문제의 원인으로 꼽습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합법적 할인법으로 변질된 도서정가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신간의 경우 사실상 정가의 19%까지 할인할 수 있는 데다 18개월이 지난 구간 도서는 할인제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이러한 허점을 이용한 각종 불편법적 할인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전 산업별 소매업평균 마진율 25%는 영세소매업의 최소생존마진이자 중소서점의 생명줄입니다. 여기서 신용카드 수수료 3%를 제한 후 19%할인까지 허용한다는 것은 애당초 승률 '0%'의 백전백패 게임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소서점이 지금까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이 연구대상인 셈입니다.

Q. 도서정가제가 확립되면 책값이 비싸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 단언컨대 도서정가제가 실시돼 공정한 유통질서가 회복되면 오히려 책값의 거품이 사라질 것입니다. 도서정가제가 무력화되면서 격화된 무차별적 할인경쟁은 우선적으로는 책 값을 낮추는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통상 할인에 따른 손해는 출판사나 인터넷서점의 철저한 손익계산에 따라 책의 정가를 올리는 것으로 만회됩니다. 도서정가제가 실시돼야 오히려 '착한 가격'이 확립될 것입니다.

Q. '착한 가격'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 착한 가격의 대표적 예가 EBS교재입니다. EBS교재는 19%할인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서점에서 조차 10%이상 할인을 하지 않습니다. 할인을 염두에 두지 않고 공정하게 유통하기 때문에 적정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좋은 책을 제값 주고 사겠다'는 인식 생겨야

Q. 프랑스의 '도서정가제'에 해당하는 '랑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분명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 프랑스에서도 1970년대까지는 책이 자유경쟁가격제도의 적용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대형서점의 할인정책으로 작은 서점들이 전멸의 위기에 몰렸었죠. 당시 도서정가제가 도입될 수 있었던 것은 책은 '문화상품'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자크 랑 장관은 의회에서 '책은 시장의 논리에 지배받는 일반 상품과 다르며 수익 논리에 좌우될 수 없는 문화재산'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랑법 제1조는 도서정가제 법이 모든 도서에 적용되고 서점상에게 5%의 할인율을 허락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법 덕분에 가격경쟁에서 자유로워진 프랑스의 출판시장은 연평균 3%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꾸준히 감소하던 작은 서점들 역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를 포함, 한국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들은 인터넷을 포함한 오프라인 서점의 책값 할인율을 5% 한도 내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미국 아마존의 할인율도 5%를 넘지 않습니다. 국내에도 도서정가제가 일부 도입된 것이 사실이지만 50%를 넘는 할인율을 잡기에는 역부족입니다.

Q. 동네서점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서점업계, 그리고 책 소비자 각각의 역할이 있지 않을까요. 

== 현대사회에서 모든 산업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습니다. '서점'이라는 유통채널이 없어진다면 '출판계'의 미래 역시 없습니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책읽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출판계 상생"을 위한 적극적인 공조를 해야 할 때입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도서정가제 확립을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입니다. 도서정가제 비적용 대상을 없애고 직간접 할인을 포함, 도서정가의 10% 이내에서만 할인할 수 있도록 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지난 1월9일 발의됐기 때문입니다.

책 소비자들도 단지 '싸다, 비싸다'라는 기준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좋은 책을 제값 주고 사겠다'라는 착한가격 만들기에 적극 동참해주셨으면 합니다. 

   
 
◆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은?

전주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중등교원 2급 정교사 자격을 취득했다. 2011년 5월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지난해에는 서울국제도서전 조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13년 4월부터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직을 함께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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