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지난주 마무리된 애플의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 대해 실망감이 크다는 반응이 적잖다. 앞서 열렸던 구글의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다양한 인공지능(AI) 기술이 등장한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다음 달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Z 플립 7·폴드 7' 출시를 예고한 만큼 애플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얻을지 주목된다.
애플은 지난 9일(현지 시각) 개최한 WWDC25에서 iOS 26 등 차세대 OS와 함께 지난해 도입한 AI '애플 인텔리전스' 신기능을 함께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실시간 번역 △시각 지능 기능 확대 △애플 인텔리전스 기반 단축어 사용 △애플 인텔리전스의 온라인 쇼핑 주문 조회 정보 식별·요약 등이 애플 인텔리전스에 추가된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AI 기술 소개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WWDC 25에서 개선된 음성비서 '시리(Siri)' 등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 기능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레이그 페더러기 애플 수석 부사장은 "시리를 개인 비서로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라며 "우리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내년에 더 자세히 말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해 앱과 앱을 돌아다니며 수백 가지의 작업을 진행하는 시리에 대해 설명했다. 약 40분에 걸쳐 애플의 AI 혁신을 선보인 것이다. 실제로 당시 전문가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이후 1년이 지났음에도 애플의 AI 기술은 당시에 비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AI 혁신에 실패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애플의 WWDC 25는 앞서 진행된 구글 I/O와 비교되면서 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구글 I/O에서는 △스마트 안경 △확장된 AI 에이전트 및 AI 기능 △AI 모델 제미나이 2.5 '프로'와 '플래시' △AI 기반 3D 영상 커뮤니케이션 '구글 빔' △실시간 통역 기능 △최첨단 비디오 모델 '비오(Veo) 3', 이미지 생성 모델 '이마젠 4' 등이 공개됐다.
행사에서 발표된 제미나이, 실시간 통역 기능, 스마트 안경 등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AI가 주춤하면서 삼성전자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애플이 인텔리전스의 주요 신기능으로 소개한 실시간 번역의 경우 삼성전자와 구글이 지난해 초 출시한 '갤럭시 S24' 시리즈부터 이미 제공한 기본 AI 기능이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공식 SNS를 통해 "AI가 애플워치에 이제 적용된다고? 귀엽네", "실시간 번역이 처음이라고? 어서와! 우린 예전부터 실시간 통번역을 했어"라고 반응했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애플 AI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는 1년 전보다 더 낮아졌다"라며 "주요 기능 출시가 지연되면서 애플의 AI 전략에 관한 시장 신뢰가 크게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WWDC는 애플의 AI 경쟁력 부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라며 "올해 출시 예정인 '아이폰 17'이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증권가는 아이폰 17 시리즈 출시 후 2개 분기 예상 판매량으로 7300만 대를 제시했다. 이는 아이폰 16(8000만 대)과 아이폰 15(7700만 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갤럭시Z 플립 7·폴드 7을 출시한다. 이들 신제품이 애플이 부진한 틈을 타 갤럭시S 25의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AI만으로 아이폰과 갤럭시의 격차가 좁혀지지는 않을 것 같다"라며 "그러나, 혁신 또는 퍼스트 무버라는 애플의 이미지에 큰 타격이 간 만큼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