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이른바 '펫팸족(Pet+Family)'의 확산으로 국내 동물 의약품 치료제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HK이노엔이 '반려견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개발에 본격 나섰다.
기존에 해외 기업이 독점해 온 시장에 국내 신약이 도전장을 내밀며 상용화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특히 HK이노엔은 이번 반려견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와 함께 사람의 아토피 피부염도 치료하는 약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HK이노엔은 최근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반려견을 대상으로 한 경구용(먹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IN-115314'의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해당 후보물질은 세포 내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야누스 키나제-1(JAK-1)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염증을 줄이는 기전을 갖췄다.
특히 이 후보물질은 기존 치료제보다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주목을 받는다. 기존에는 JAK-1뿐 아니라 JAK-2까지 함께 억제하는 치료제가 사용돼 부작용 위험이 따랐고, 이로 인해 복용 용량에도 제한이 있었다. 반면 IN-115314는 필요한 표적인 JAK-1만 선택적으로 조절해 보다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동물용 아토피 치료제 시장에서 JAK 억제제 계열은 사실상 해외 기업이 독점해 왔다. 유일하게 출시됐던 미국 동물의약품 개발사 조에티스의 '아포퀠정'(성분명 오클라시티닙)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10억1816만 달러(한화 약 1조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랐다.
HK이노엔은 이번 임상 3상 진입으로 이 같은 글로벌 독점 체제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기업이 됐다.
이와 함께 HK이노엔은 IN-115314를 동물용뿐 아니라 '인체용 아토피 치료제'로도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연고 형태로 개발 중인 해당 후보물질에 대해 2상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이번 동물용 아토피 치료제의 3상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제품이 출시될 경우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에 이어 두 번째 신약 성공 사례를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이 관련 시장에 성공 사례를 만든 것과 같이 반려동물 의약품 분야에서는 IN-115314가 새로운 신화를 만들 차세대 주자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대형 제약사 제품 일색인 시장에 국산 반려동물 의약품으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동물의약품 시장 진출은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반려동물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아토피, 관절염,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 치료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명이 길어진 노령견·노령묘의 장기적 관리와 치료가 필요해지면서 국내외 제약사들도 안정적인 성장 가능성을 지닌 동물의약품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HK이노엔 외에도 케어젠은 펩타이드 기반 반려동물 건강기능식품 개발에, 유유제약은 해외 투자와 전담 조직 신설을 통해 반려동물 사업에 진출했다. 박셀바이오의 경우 국내 최초 반려견 면역항암제를 출시했다.
다만 업계에선 국내 반려동물 치료제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은 2022년 약 30조원으로 평균 약 9.2%씩 성장해 2032년 69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동물용 의약품 시장 규모가 약 9638억원 수준에 머문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이다.
이에 정부도 동물의약품 시장을 성장 산업으로 보고 적극 지원에 나섰다. 지난 4월 2035년까지 국내 시장 규모를 4조원, 수출을 1조5000억원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의 제품이 주를 이루는 반려동물 약 시장에 국내 기업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산업 확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과 새로운 대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