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공학과 이승준 교수팀, 국제 공동연구 성과
SCIE급 등재 세계적 학술지 Acta Materialia에 논문 게재…산업 활용 기대

컨슈머타임스=안우진 기자 | 한국공학대학교(총장 황수성, 이하 한국공대)가 마찰교반용접(FSW) 후 금속이 갑자기 부서지는 원인의 핵심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
신소재공학과 이승준 교수 연구팀은 일본 오사카대학교, 국립 순천대학교와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금속 내부에 침투한 수소가 어떻게 금속을 약화시키는지에 대한 작용 메커니즘을 정밀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야금학 분야 JCR 상위 5% 이내 SCIE급 국제 저널인 Acta Materialia 2025년 6월호(6월 15일 온라인 발간 예정)에 게재 확정됐으며 현재 온라인 선공개(Online First) 상태다.
논문의 제1저자는 한국공대 권교민 학생(신소재공학과 석사 졸업)으로 학생 주도형 연구성과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공학대 신소재공학과 이승준 교수 연구팀은 실험 소재로'중망간강'을 사용했다. 이 금속은 강하면서도 가볍고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 전기차, 풍력발전기 등 미래형 산업에 적합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수소 원자가 금속 내부에 침투하면서 구조를 약화시키고 갑작스러운 파괴를 유발하는'수소취성' 현상이 중요한 문제로 제기돼 왔다.

이에 한국공학대 신소재공학과 이승준 교수 연구팀은 중망간강을'마찰교반용접(FSW)'이라는 방식으로 접합한 뒤 용접 전후 수소의 작용 방식을 비교 분석했다. 마찰교반용접은 고속으로 회전하는 툴(tool)의 마찰열과 압력을 이용해 금속을 붙이는 첨단 비용융(非熔融, 녹이지 않는) 용접 기술이다.
분석 결과 용접 전에는 수소가 금속의 상 경계(결정 구조가 만나는 경계)에 모여 결합력을 낮추고 이로 인해 균열(Hydrogen-enhanced decohesion, HEDE)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용접 후에는 수소가 빈 공간(공공, 空孔)을 형성(Hydrogen-enhanced strain-induced vacancies, HESIV)해 금속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현상은 마찰교반용접 이후 수소에 의한 국부 소성(Hydrogen-enhanced localized plasticity, HELP)이 증가하고 Schmid factor(슬립 유효 계수, 결정 내부에서 변형이 잘 일어나는 방향을 나타내는 수치) 값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즉 금속을 어떤 방식으로 접합하느냐에 따라 수소취성의 작용 메커니즘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것이다.
쉽게 말해 수소가 금속에 작용하는 방식이 용접 전과 후에 따라 달라졌다는 의미다. 용접 전에는 수소가 금속 내부의 약한 틈을 따라 스며들며 균열을 유발했고 용접 후에는 수소가 미세한 구멍을 만들어 재료 자체를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했다. 특히, 마찰교반용접을 적용하면 금속 내부에 특정 방향으로 변형이 잘 일어나는 구조가 형성돼 수소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자동차 부품, 에너지 설비, 건축 구조물 등 금속을 사용하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금속의 수명을 늘리고 안전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기반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수소차나 전기차처럼 수소 환경에 노출되는 산업에서도 더 튼튼한 금속소재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공대 이승준 교수는 "수소처럼 작은 원소가 금속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실험으로 확인하고 설명한 연구"라며 "향후 수소에 강한 신소재 설계와 용접 기술 개발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한국공대의 실험 중심 연구 교육 시스템의 결실이기도 하다. 권교민 제1저자는'차세대뿌리산업 전문인력양성' 과정을 통해 현장 기반 연구를 수행했으며 이 과정은 학생들이 국제 학술지 논문 발표와 산업현장 문제 해결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내 금속 기술의 자립과 세계 시장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