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조향사의 방처럼'…니치 향수 '푸에기아1833' 청담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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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조향사의 방처럼'…니치 향수 '푸에기아1833' 청담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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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유영 기자 |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복판, 유리창 너머로 스며든 햇살과 나무 소재의 외관이 어우러진 조용한 공간이 이목을 끈다. '푸에기아1833'의 청담 갤러리다.

이곳에 방문했을 때 향수를 사러 갔다기보다 잠시 미술관 혹은 작은 북카페에 들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요하고 낯선 공기 속에서 향이 말을 걸어오는 공간이다.

기자가 13일 매장의 문을 열자마자 '공간도 향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외관은 미니멀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단번에 공간 전체를 관통하는 정체성에 압도당한다.

이곳은 단순히 제품을 나열하는 공간이 아니다. 줄리안 베델이 만들어낸 세계관이 한국적 문맥 안에서 직조된 감각적 해석의 공간이다. 벽면의 컬러와 질감, 원목의 결까지도 하나의 향처럼 조화롭다.

푸에기아1833 청담 갤러리. [사진=김유영 기자]
푸에기아1833 청담 갤러리. [사진=김유영 기자]

푸에기아1833은 2010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줄리안 베델에 의해 설립된 럭셔리 니치 향수 브랜드다. 파타고니아와 아마존의 희귀 식물을 연구해 향으로 풀어낸 이 브랜드는 남미 원주민 문화에 대한 경의와 지속 가능성의 가치를 담는다.

브랜드는 지난 2023년 11월 한국 첫 매장을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열었고, 뒤이어 무역센터점과 청담 갤러리까지 확장해 나가고 있다.

청담 갤러리는 단순히 향수를 판매하는 매장이 아니다. '향을 감상하는 공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매장 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나무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매장 안에는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향수병은 마치 조각품처럼 디스플레이돼 있다.

무엇보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세 가지 특별한 경험이다.

첫 번째는 '한국적인 미감이 반영된 공간 구성'이다.

각국 매장마다 고유의 문화적 특색을 반영하는 푸에기아1833의 콘셉트에 따라 청담 갤러리는 한국의 재료와 미감을 자연스럽게 공간 안에 녹여냈다.

매장의 한편에는 향수를 모티브로 한 커피바가 마련돼 있어 향에 대한 긴 여운을 커피 한 잔으로 이어갈 수 있다.

푸에기아1833 청담 갤러리. [사진=김유영 기자]
한 번 생산되는 향수는 1000병 미만으로, 패키지 하단에는 몇 번째로 생산된 향수인지 숫자로 기재되어 있다. [사진=김유영 기자]

두 번째는 '원재료의 본연의 향이 살아 있는 향수'다.

푸에기아1833의 향은 그저 '좋은 향'에 머물지 않는다. 남미 식물학의 정수를 담은 듯한 조향이 특징인데, 특히 우루과이에 위치한 창립자 줄리안 베델의 야생 농장 '푸에기아1833 보태니'에서만 수확할 수 있는 식물을 원료로 사용해 희소성과 독창성이 남다르다.

한 번 생산되는 향수는 1000병 미만이다. 향수병에는 고유번호와 생산년도까지 기입되어 있어 수집 가치도 높다.

푸에기아1833 청담 갤러리. [사진=김유영 기자]
푸에기아1833 청담 갤러리. [사진=김유영 기자]

공간을 걷다 보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병들이 있다. '아구아 마그놀리아나', '무스카라 페로 제이'와 같은 이름 아래 투명한 병 속에 담긴 향들은 모두 한정 생산 제품이다.

그중 '아구아 마그놀리아나'는 플로럴과 시트러스가 어우러지고, 그 후 샌달우드가 잔잔하게 남는 향이 특징이다. 직접 시향해보니 첫 향은 마치 남미의 대지에 햇살이 스며드는 듯했고, 잔향은 깊은 파타고니아의 밤처럼 고요했다.

푸에기아1833 청담 갤러리 카페 공간. [사진=김유영 기자]
푸에기아1833 청담 갤러리. [사진=김유영 기자]
푸에기아1833 청담 갤러리 카페 공간. [사진=김유영 기자]

세 번째는 '향수를 넘어선 창립자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매장 곳곳에서는 조향사 줄리안 베델의 취향이 묻어난다. 그가 직접 큐레이션한 음악이 흐르고, 향에서 영감을 받은 커피는 실제로 매장을 찾는 이들의 감각을 더욱 예민하게 깨운다.

현장 스태프에 따르면 점심시간 혹은 퇴근 시간이면 주변 직장인들도 커피를 마시러 들렀다가 자연스럽게 시향을 즐기고, 새로운 향을 발견해 간다.

'물성이 아닌 감각으로 기억되는 향수'. 푸에기아1833 청담 갤러리는 그 철학을 공간으로 풀어낸다. 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시각과 청각, 촉각을 매개로 향의 결을 체험하게 된다.

나무결을 따라 손끝에 닿는 질감, 공간을 채우는 잔잔한 음악, 투명한 병 속에 담긴 희소한 조향까지. 이곳은 향을 판매하는 매장이 아닌, 향이라는 매개로 인간과 자연, 예술이 교감하는 감각의 밀실이다.

브랜드 관계자는 "푸에기아1833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향을 통한 사색과 감성의 경험을 제안하는 브랜드"라며, "청담 갤러리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더 다양한 방식으로 브랜드의 세계관을 소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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