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처방 약 가격 인하 정책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고가 오리지널 의약품 중심의 유통 구조가 재편되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자국 내 처방 약 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3배 이상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30일 내 새로운 약가 기준을 마련하라고 미국 보건복지부(HHS)에 지시했다. 기준 약가가 설정되지 않으면 정부가 약값 지불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은 "이번 행정명령은 고가 의약품에 대한 약가 인하와 함께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등 유통 구조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라며 "중간 유통사 리베이트로 인해 바이오시밀러 가격이 실질적으로 오리지널과 비슷했던 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현재 미국 보험사와 PBM 시스템하에서는 고가 오리지널 의약품이 먼저 처방집에 등재되고, 바이오시밀러는 제한된 경쟁 구조 속에서 일부 제품만 추가 등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유럽에 비해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가 더디다는 평가다.
회사 측은 "중간 유통 구조가 개편되면 바이오시밀러의 실제 처방 가격이 인하되고 정부와 환자 모두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유럽처럼 바이오시밀러의 처방 비중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PBM을 통한 유통 지배력이 약화되면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의 미국 내 시장 확대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휴온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약가 인하 정책이 회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생리식염주사제, 리도카인염주사제 등 7개 품목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받은 휴온스는 주력 제품이 고가 약물이 아니기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고 있다.
휴온스 관계자는 "리도카인 등 국소마취제는 고가 약물 대비 국가 간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며 "이번 조치가 영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의약품 관세 부과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한 변수로 남아 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과의 고위급 협상에서 '관세전쟁'을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하면서도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는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주에는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2주 내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우리 정부는 국내 의약품이나 서비스가 미국 국민의 약가 인하에 일조하며 결코 위협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협회에서도 우리나라가 협력 가능국이며 양국 국민 건강을 위한 약가 인하 정책의 파트너라는 입장을 내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견을 미국 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며 "이후 대응을 잘하는 것이 핵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