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사진=김동현 기자]](/news/photo/202504/643139_559390_391.jpeg)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지난 1996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 온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정비사업계획이 사실상 확정됐다.
사업추진 방향이 정해지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이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근 노후단지들의 재건축 추진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시는 18일부터 21일까지 은마아파트 재건축과 관련된 정비계획 변경안을 공개하고 주민공람을 진행하고 있다.
은마아파트가 재건축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비계획 변경안에 따라 은마아파트는 기존 지상 14층 4424가구 아파트를 지하 4층~지상 49층, 5962가구 규모로 새롭게 단장할 예정이다. 이 중 공공임대주택은 891가구, 공공분양은 122가구로 구성되면서 이에 따른 인센티브로 용적률이 최고 320%가 적용됐다.
이번 계획안은 공람과 설명회 등을 거쳐 올해 안에 사업시행인가를 내는 것을 목표로 추진될 예정이다.
은마아파트는 앞선 정부에서는 재건축 관련 '35층 고도 제한' 등의 규제로 인해 개발이 중단된 바 있다. 더 높은 층수로 재건축을 원하는 조합 측의 기대치에 한참 못미치는 낮은 층수인데다, 대치동을 상징하는 은마아파트라는 명성에 맞는 랜드마크급 단지로 새단장을 하자는 여론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강남구청장도 서울시의 고도제한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강남구와 서울시 간 대립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사업에 진척이 없던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다시 속도가 붙었다.
당시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역세권 뉴:홈' 제도를 활용해 용적률 350%, 최고 49층, 6576가구로 재건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서울시가 과도한 밀도와 좁은 동간 간격 등을 들어 반려하면서 사업이 무산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후 정부의 재건축 완화기조와 맞물려 용적률 상향과 공공성 확보라는 합의안 도출을 거쳐 지금의 계획안을 내놓게 됐다.
공공성 확보를 위해 단지의 구조와 면적으로 조정, 지상에는 소공원과 문화공원을 배치하는 기부채납이 이뤄진다. 그 아래에는 아파트 일대 대치동 학원가의 주차 혼잡을 덜기 위한 공영주차장이 조성되며, 2022년 대치동 일대 침수 등을 계기로 침수 예방용 저류시설도 갖춰진다.
또한 지하 1~2층은 고급 쇼핑몰 형태로 재탄생되며, 대로변을 따라 스트리트형 상가 배치를 통해 대치동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다시 단장하겠다는 의지도 계획안에 포함됐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한보건설이 준공했는데 입주 27년차던 1996년 처음 재건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은마아파트는 '재건축의 상징'으로 불릴만큼 꾸준히 정비사업 추진과 좌초를 이어갔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단지를 지나가는 것을 반대하기도 하며 갈등이 있었고, 수많은 법적 분쟁까지 벌어지면서 은마아파트의 재건축은 기약없는 사업으로 여겨졌다.
주민 간 갈등과 이견으로 2023년에야 재건축조합이 설립된 은마아파트는 최근 재건축 단지들에 대한 규제 완화 움직임이 보이면서 다시금 사업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신통기획을 중심으로 서울시와 조율을 통해 기존 수익성을 극대화 하던 재건축 사업에서 공공성이 가미된 계획안을 합의하면서 사업이 가시권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단순 재건축이 아닌 대치동, 이를 넘어 서울시내에서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여겨지는 만큼 재건축 추진 본격화가 이뤄지며 일대 부동산 시장에도 기대감이 돌고 있다.
대치동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조합을 넘어 일대 주민들이 기대를 갖고 지켜보던 대형 사업"이라며 "단순한 재건축이 아닌 일대 부동산 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파급력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실제 재건축 추진 소식에 은마아파트 매물에 대한 가격 조정도 이뤄지고 있다.
전용 84㎡(5층)는 지난달 21일 35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1월 30억원에 거래된 것에서 불과 2개월여 만에 5억원 가량 오른 것이다.
게다가 대치동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토허제)으로 다시 지정됐음에도 매물을 문의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해당 사무소 관계자는 "대치동, 그것도 '은마아파트'이다보니 토허제 규제에도 불구하고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라며 "재건축이 어느정도 가닥이 잡히면서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수요도 많아 추가 가격 상승도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단순히 재건축에 따른 아파트 가격 상승 외에도 일대 재건축을 기다리는 단지들에게도 은마아파트 사업 성공 여부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은마아파트라는 상징적인 단지의 재건축 계획안을 참고해 향후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의 움직임이 이어질 것 가능성이 높아서다.
대치동 일대에는 대치삼성을 비롯해 대치현대 등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단지들이 많다. 게다가 인근 압구정 현대아파트 같은 재건축이 가시권에 들어온 단지들도 은마아파트의 선례를 따라 사업이 진행되는 등 파급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은마아파트가 오랜기간 강남권 재건축 상징 단지였던 만큼, 사업 진행 자체가 시장에 큰 파급을 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은마아파트 사업 추진은 단순히 집값 상승을 넘어 일대 재건축 단지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대 재건축을 대기 중인 단지들 또한 은마아파트 사례를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수익성과 공공성의 조화를 찾는 과정에서 조합과 지자체의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은마아파트 케이스가 이런 것을 잘 해결한 표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