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국가 지정 장기화 시 리스크 관리 필요성 제기

컨슈머타임스=이승구 기자 | 오는 15일부터 한국에 대한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지정 효력이 발효될 전망이다.
한미 양국은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 해제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세부 절차를 논의 중이지만, 미측 절차상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발효 전 지정 해제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정부 등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1월 초 한국을 자국의 민감국가 목록에 포함했다.
미국 연방법에 따르면 에너지부 장관은 민감국가에 속한 국가의 시민이나 대리인이 미국의 국가안보 연구소에 출입할 경우 사전 신원조회를 완료하지 않으면 출입을 허가할 수 없다.
이 조치가 실제로 발효되면 한국 출신 연구자는 미국 연구소를 방문하기 최소 45일 전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별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미국 에너지부 직원이나 소속 연구자가 한국을 방문하거나 접촉할 때도 추가 보안 절차가 적용된다.
현재까지 미국은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한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데 있어 관리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정부 역시 이 사안을 정치적·외교적 문제라기보다는 연구 보안에 관한 기술적 사안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는 그간 미측과 고위급 및 실무 채널을 통해 4월 15일 발효 전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 해제를 목표로 실무 협의를 이어왔다.
한국이 미국의 민감국가로 지정됐다는 것 자체가 향후 한미 간 과학기술 및 연구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워싱턴DC를 방문해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면담한 직후, 양국은 즉시 실무 협의에 착수했다.
당시 양국 장관은 민감국가 문제를 절차에 따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민감국가 지정 및 해제 기준과 절차는 공식적으로 비공개여서 향후 일정에 대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해제가 결정되더라도 발효 이전에 가능할지, 발효 이후 즉시 해제가 될 수 있을지, 또는 갱신 주기에 맞춰 해제될지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미국의 민감국가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과거 사례를 봐도 오는 15일 지정 효력 발생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981년 제도 시행 당시 한국이 민감국가 목록에 포함됐고, 우리 정부가 1993년 12월 해제를 요청한 이후 이듬해 7월이 돼서야 민감국가에서 벗어났다. 한국의 해제 요청을 미국이 수용한 뒤에도 실제 해제까지는 약 7개월이 걸렸던 셈이다.
만약 오는 15일까지 해제가 이뤄지지 않고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정부의 선제 대응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전력 설비,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협력 위축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정부는 국제 협력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협력 현황과 계획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피해 가능성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통령령에 국제 공동 연구 시 타국으로의 기술 유출 방지뿐 아니라 한국의 신뢰도 제고를 위한 보안 조치 규정을 추가해야 하며, 국제 협력 리스크 관리를 위한 모니터링 및 대응 체계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