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교역국을 상대로 상호 관세 부과를 발표하자 미 증시가 폭락장을 맞았다.
모든 국가에 부과되는 '10%+α' 상호관세가 다른 나라의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에 따라 미국 기업이 받는 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목이지만, 오히려 부메랑이 돼 미 증시가 타격을 받은 것이다.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79.39포인트(3.98%) 하락한 4만545.9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전장보다 274.45포인트(4.84%) 떨어진 5396.52에,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50.44포인트(5.97%) 급락한 1만6550.61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2020년 팬데믹 확산 초기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날을 맞은 것이다. 다우 지수와 S&P 500 지수는 각각 2020년 6월 이후 나스닥 종합지수는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생산 의존도가 큰 기업들과 대형 기술주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나이키가 14.44%, 파이브빌로와 갭(Gap)의 경우는 20% 이상 주가가 빠지며 각각 27.81%, 20.29%의 낙폭을 보였다. 상호 관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시총 1위 기업 애플이 9.25%, 엔비디아도 7.81%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 증시는 이날 단 하루 만에 약 3조1000억 달러(약 4500조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휴지 조각이 됐다.
예상 수준을 웃돈 고율 관세가 상대국의 보복 관세를 불러오고 결국 미국 경제에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증시에 반영됐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증시가 연쇄 급락을 한 것처럼 트럼프의 상호 관세를 주식시장은 쇼크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대부분 시장 참여자는 상호 관세 혹은 보편 관세 둘 중 하나만 부과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관세의 성격은 그 둘이 혼합된 성격의 관세이자 관세 근거도 불충분했기 때문에 미국뿐만 아니라 상호 관세의 직격탄을 맞은 국가들의 증시는 일제히 동반 급락세를 연출했다"라고 설명했다.

증시가 불안한 만큼 투자 심리는 금 등 안전자산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유동성 부족에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금값마저도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3108.3달러로 하루 전 같은 시간 대비 0.5% 떨어졌다.
상호 관세 충격으로 전 세계 증시가 파랗게 질리고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게 되자 증권업계는 저마다 투자 대응 전략을 쏟아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호 관세 불확실성은 당분간 증시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며 "향후 몇 차례 주가 조정 압력에 노출될 소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 침체 현실화와 주식시장 약세장으로 진입하기보다는 협상에 따라 관세 수위가 낮아지는 과정에서 저점을 다시 높여갈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단기 대응 측면에서는 방산, 조선, 바이오 등의 관세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있는 업종을 추천한다"라고 덧붙였다.
최원석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식은 보유자 관점에서 단기 가격 조정과 복원 과정 모두를 감안한 냉철한 대응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관세 피해 여부와 정도에 따라 반등장에서의 회복 속도가 판이하게 갈릴 공산이 크다"라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반면 한국 증시는 악재 선반영으로 저평가 구간에 있다"라며 "비중 축소 실익 낮아 관세 리스크 전개 시 수혜주(조선, 기계, 방산), 리스크 축소 시 피해주(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위주 대응을 권고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