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멈춰선 현대제철 인천 제철소.[연합]](/news/photo/202504/640017_555953_256.jpeg)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미국발 철강 관세 부과가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해외로 눈을 돌린 포스코를 비롯, 현대제철 역시 미국 공장 건설을 통해 현지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다른 주요 철강 기업들 역시 국내 제철소 운영을 중단하며 국내 공동화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달 25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약 58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과 합작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최초로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일관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회사는 올해 당장 착공해 2029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할 계획을 밝히며, 미국 정부로부터 관세 면제를 허가 받았다.
이번 투자는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확대 전략의 핵심 요소라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집권 이후 철강 외 자동차 등에도 관세가 부과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이에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자 제철소까지 현지에 마련해 관세에 대응하고, 나아가 철강 시장 확대까지 꾀하겠다는 심산이다.
'업계 1위' 포스코 역시 국내 시장 대신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겠다는 계획이다.
이주태 포스코 미래전략본부장은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도, 미국과 같은 고성장 고수익 시장에서 완결형 현지화 전략을 통해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이미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움직임을 이어왔으나, 해외시장 확대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인도 현지 1위 철강 기업 JSW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현지 제철소 설립을 추진한 데 이어 올해 미국 현지 제철소 투자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그룹기술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포스코홀딩스]](/news/photo/202504/640017_555954_352.jpeg)
현재 포스코는 미주 시장에서 아직 제철소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다. 멕시코에 반제품을 최종 제품으로 만드는 '하공정' 시설을 갖추고 있는 포스코는 미국 내에 쇳물을 뽑아내는 상공정 시설까지 마련해 '현지 완결형 투자 고리'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이는 장인화 포스코 회장이 최근 창사 57주년 기념사를 통해 밝힌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제강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미국 관세 대응과 저가 경쟁으로 어려워진 국내 시장 외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함이다.
실제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제품 공습과 산업용 전기료 인상 등으로 수익률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주요 제강사들의 실적이 우하향한 가장 큰 원인으로도 꼽힌다. 결국 제강사들의 입장에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신 시장 개척이 절실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 철강 업계가 미국 등 해외 생산시설 구축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철강 산업은 공동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제강사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국내 철근 공급과잉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공장을 멈춰 세우고 있다.
현대제철은 1일부터 인천 제철 공장을 셧다운했다. 이는 회사 창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외에도 한국철강과 환영철강은 이달 15일만 생산라인을 가동하기로 했다. 지난 달에 이어 생산 축소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동국제강 역시 생산량 50% 이하 유지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들 회사들은 생산을 줄임과 동시에 판매량도 줄여나가고 있다.
현대제철을 비롯해 동국제강과 한국철강 등은 저가 상품으로 분류되는 철근 제품 판매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현재 국내 철근 시장이 산업용 전기료 인상과 저가 중심의 시장 재편으로 인해 팔아도 적자가 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결국 팔아도 남는 것이 없어지자 철강 기업들은 고육지책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가 본격화 된 가운데, 제강 기업들은 수익성이 낮은 국내 시장 대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신 시장 확보에 더욱 힘을 쏟을 수밖에 없어서다. 게다가 국내 강성 노조들과의 대립 역시 제강 기업들에겐 부담이 될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발 관세 부과가 시작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다양한 움직임도 본격화 되고 있다"며 "중국산과의 저가경쟁 등으로 수익이 낮은 국내 사업의 경우 점차 파이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제철의 사례에서 봤듯 국내 철강 노조는 강성으로 분류되며 협상에도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며 "낮은 수익에 더해 강성 노조까지 더해지면서 점점 국내 시장을 영위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는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