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현대차그룹이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제철소를 설립한다고 밝히며 현대제철의 해외 1호 생산 거점 마련이 본격화된다. 미국의 철강제품 관세를 정면 돌파함과 동시에 후판 등 고부가가치 사업 확장을 위한 포석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그룹은 미국 루이지애나에 자동차강판에 특화한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총 58억달러를 투자해 원료부터 제품까지 일관 공정을 갖춘 미국 최초의 전기로 일관 제철소를 짓는다는 게 그룹 측의 계획이다.
신규 일관 제철소는 자동차강판에 특화한 제철소로 연간 270만t 생산 규모를 갖출 예정이다.
이는 트럼프 1기 이후 최근까지 한국의 대미 무관세 수출 쿼터였던 263만t을 능가하는 규모다. 이 같은 통큰 투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각 "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들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화답했다.
이처럼 현대제철의 미국 제철소 건립은 현지에서 사업을 전개 중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생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제철 당진 제철소.[현대제철]](/news/photo/202503/638920_554796_3914.jpeg)
신규 제철소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과 함께 신규로 가동되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지리적 이점을 통해 물류비 절감과 안정적 공급망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 2기가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함과 동시에 현대차그룹이 현지 자동차 생산량 확대를 계획하면서 철강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현대차 그룹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관세를 피하는 정면돌파를 선택한 셈이다.
현대제철의 입장에서도 미국 신규 공장 건립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최근 국내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실적 하락이 이어지면서 현대제철은 비상경영을 선언하기도 했다.
게다가 중국 내 건설산업이 사실상 멈춰서면서 현지 수요량이 떨어지자, 우리나라로 값싸게 수출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국내 제품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경쟁이 이뤄지면서 국내 철강기업들의 실적에도 고스란히 타격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장기화되고 있는 엔저현상으로 인해 일본제품의 가격까지 낮아지면서 삼중고를 겪고 있다.
결국 철강업계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신사업을 추진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현대제철은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확대라는 호재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후판 공급은 물론, 현지에 진출한 완성차 기업이나 미국기업들에게도 제품 판매가 가능한 상황을 맞게된 것이다.
미국 현지 외에도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와 인접한 입지적 이점을 살려 글로벌 시장까지 판로를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 창출도 가능할 것이란 평가다.
철강산업 침체로 인한 사업 다각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후판 등 고부가가치 사업 확대도 기대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미국 전기로 제철소 건설을 통해 안정적인 배후수요와 풍부한 에너지를 확보함과 동시에 후판 등 자동차 강판 생산과 공급이 가능해지고, 현지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 포착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현대차그룹 및 관계사와 지분투자 등도 협의 중이며, 향후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미국 내 현지 판매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