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지난해 '어닝쇼크'(예상보다 부진한 실적)를 기록하며 업계에 충격을 줬던 현대건설이 올해도 자회사 리스크로 울상 짓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잇따른 대형사고 발생이 모기업 현대건설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안성 고속도로 사고' 여파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전국 모든 현장이 '셧다운' 되면서 현대건설의 올해 실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안성 고속도로 교량 상판 붕괴 2주 만에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도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전국의 모든 건설현장 작업을 중단했다.
이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전국 80여 곳의 건설현장을 중단하고 안전과 관련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현장 상황에 맞는 대책 수립 이후 공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4위에 해당하는 건설사로 우수한 시공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모기업 현대건설과 더불어 건설업계 수위권을 차지하면서 신뢰도를 쌓아왔다.
그러나 지난달 말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에서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교각 붕괴' 사고로 신뢰도에 큰 흠집이 생겼다. 해당 사고로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치면서 주우정 대표가 직접 고개 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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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 대표가 사과한지 불과 5일 만에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체면을 구겼다. 지난 10일 경기 평택시 화양도시개발구역 내 힐스테이트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은 것이다.
대형 사고가 발생한 이후 곧바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안전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결국 주 대표가 국회에 출석해 사고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적극 소명하게 될 예정이다.
최근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가 나면서 향후 주 대표와 현대엔지니어링 측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사고 예방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히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최대 1년 영업정지 처분, 최악의 경우 사업자 등록 말소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처럼 현대엔지니어링의 악재가 겹치면서 현대건설의 올해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통상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잠재 부실을 선반영 하는 '빅배스'를 단행한다. 이번 안성 고속도로 사고 역시 이런 빅배스가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해에도 이러한 빅배스를 통해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손실을 내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현대건설이 기록한 영업손실은 1722억원인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손실은 1조2401억원에 달했다. 이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인도네시아에서 수주한 발릭파판 정유공장 프로젝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동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플랜트 사업에서 발생한 약 1조2000억원의 손실을 작년 4분기 실적에 한꺼번에 반영했기 때문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즉, 지난해 대부분의 손실부분이 연결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차지였던 셈이다.
현대건설은 올해도 건설업황 침체로 인해 실적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짙은 가운데 연초 발생한 현대엔지니어링의 대형 사고가 이러한 예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연결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 관련 손실 반영으로 현대건설이 24년 여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한 해 였다"면서 "올해도 현대엔지니어링의 대형사고 발생으로 인한 전국 현장 셧다운 여파 등으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기업 현대건설의 실적이 급격하게 개선되지 않는 한 올해 실적 역시 기대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