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의약품 부족'에 해결책 절실…'허가 외 처방' 받는 소아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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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의약품 부족'에 해결책 절실…'허가 외 처방' 받는 소아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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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소아 의약품 부족으로 인한 사회적 심각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의약품 개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필수 의약품을 포함한 소아 의약품의 공급 부족과 품절 사태로 갈 곳 잃은 소아 환자가 많아지면서 국민 불안이 커진 까닭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소아질환 분야 주요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병원의 소아중환자실에 24시간 이상 입원한 소아 환자 중 99.6%가 허가 외 의약품을 처방받았다. 

대부분의 소아 환자가 필요한 적응증을 가진 의약품을 처방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아 의약품 부족의 원인 중 하나로 소아 임상시험 지원 사업과 임상 네트워크의 부족이 지목됐다. 

최근 5년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임상승인계획서(IND) 건수를 살펴보면 소아 대상 승인 건수는 전체의 2.8%에 불과해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소아는 성인의 축소판이 아닌, 발달 단계와 신체적 특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약물 연구와 개발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시장성과 이윤 문제 등으로 제약업계는 소극적으로 투자하는 분위기다. 

세노바메이트 경구제형 [사진=연합뉴스]
경구제형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사진=연합뉴스]

한편 일각에서는 소아 임상과 적응증 확대를 추진하는 등 긍정적인 시도도 관측됐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11월 소아 부분발작 환자 26명을 대상으로 뇌전층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성분명 엑스코프리)의 국내 임상 1상에 착수했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으로, 경구(먹는 약) 제형과 현탁액(액상형) 제형으로 나뉜다. 

SK바이오팜은 소아·청소년 적응증 확대 신청에 앞서 소아용 액상형 제형을 올해 중 승인 신청할 방안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K바이오팜은 지난 2019년 뇌전증을 앓는 성인을 대상으로 액상형 세노바메이트의 FDA 허가를 받았다. 이후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2020년 5월 미국에 진출했다.

JW중외제약의 A형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 [사진=연합뉴스]

JW중외제약도 국내 중증 A형 혈우병 비항체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헴리브라'(성분명 에미시주맙)의 약효와 안정성을 입증했다. 

이 회사가 지난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0~11세 중증 A형 혈우병 비항체를 지닌 소아 환자 21명을 대상으로 추가 임상을 진행한 결과, 환자들의 연평균 출혈 빈도가 기존 7.04회에서 헴리브라 투약 후 0.41회로 감소했다. 안전성 평가에서도 부작용을 비롯해 혈전색전증, 전신 과민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헴리브라는 A형 혈우병 환자의 몸에 부족한 혈액 응고 제8인자를 모방하는 방식의 혁신 신약으로, 지난해 4월 국내 출시됐다. 이 약은 A형 혈우병 치료제 중 유일하게 기존 치료제에 대한 내성을 가진 항체뿐만 아니라 비항체 환자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소아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에서 추가 적응증을 확보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업계는 신약 개발 환경과 제도적 측면에서 아직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소아 의약품 개발의 어려움에 대해 "현재 국내 출시되는 소아 의약품은 국산 신약 허가 후 소아 대상으로 추가 임상을 거쳐 적응증을 확대해 나가는 방식"이라며 "신약 허가 절차부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소아 의약품 개발 이전에 신약 허가가 활발히 이뤄지게끔 환경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보건당국 역시 소아 의약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기관과 민간 협력체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권혜영 목원대 보건의료관리학 교수는 지난 22일 민주당 민생경제회복단과 토론회에서 "(저출생 여파로 소아 환자가 줄어) 소아용 의약품은 채산성이 낮아 민간에게만 맡기면 공급을 늘리기 어렵다"면서 "민간 인프라나 기술을 활용하면서 공공이 주도권을 가진 공적 생산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아 의약품 개발의 연구 지원과 관련해 해외 사례도 언급됐다. 

같은 날 박유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보험위원회위원은 "소아 의약품은 경제성이 떨어져 제약사에서 개발, 수입 판매에서 우선순위가 떨어진다"며 "일본은 정부, 학회, 민간 협의체 구성으로 소아 의약품 개발 및 공급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적극 지원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국립 아동보건 및 인간발달 연구소(NICHD), 및 유럽 의약품청(EMA), 일본 의료연구개발기구(AMED)에서는 소아 의약품의 연구개발 촉진 및 효율적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위해 소아 임상시험 네트워크 등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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