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전은정 기자 | 지난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식의 시가총액이 급감했다. 주식 10개 중 7개는 시총이 줄어들었다. 특히 대장주 삼성전자의 시총 하락은 시장 하락을 주도했고 시총이 10조원 넘게 하락한 기업도 많았다.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의 변동이 컸던 기업들을 알아보고 시장 하락의 원인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대조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실적 기여도가 이들 기업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첫 거래일 7만5000원(종가 기준)에서 마지막 거래일 5만5000원을 기록, 26.6%나 밀렸다.
시총 역시 급감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475조1946억원에서 318조7863억원으로 최근 1년 사이 시총 외형만 156조4083억원 이상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실적 부진은 주가와 시가총액을 줄어들게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75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했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30.5% 늘어난 수치다. 이번 실적은 시장 전망치 평균인 매출 77조4035억원, 영업이익 7조9705억원을 밑돌았다.
'메모리 반도체 시황 부진'과 '디스플레이 사업 경쟁심화' 등이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공급 지연' 등의 영향을 받았다.
인공지능(AI) 열풍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는 견조하지만, 삼성전자의 HBM 양산 일정이 지연되면서 아직 HBM에 대한 실적 기여도가 낮은 상황이다.
HBM은 일반 D램에 비해 3~5배 비싼 고가 제품으로, 소량의 판매만으로도 수익성 측면에서 막대한 효과를 가져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업계 최초로 HBM3E 12단 제품을 개발하는 등 HBM 사업에 공을 들였지만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잠정 실적 발표임에도 실적 하락에 대한 해설 자료를 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는 고용량 제품 판매 확대로 4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면서도 "비메모리 사업은 모바일 분야 등에서 수요가 부진했고, 가동률 하락과 연구개발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실적이 하락했다"고 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I와 HBM 중심의 업사이클에서 소외된 것이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최근 1년간 주가추이. [자료=네이버증권]](/news/photo/202501/629005_544063_270.png)
반면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대조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해 첫 거래일 14만2400원(종가기준)에서 마지막 거래일 17만3900원으로 22.12% 뛰었다.
시총은 국내 상장 기업 2749곳(우선주 제외) 중 증가폭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103조6675억원에서 124조6340억원으로 20조원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4분기 상장사 영업이익 1위도 SK하이닉스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분기보다 약 14.2% 증가한 8조296억원이다.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 시장 90%를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납품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9조9000원, 영업이익 8조2000억원을 거둬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호조세는 HBM의 성장세에 힘입은 것"이라며 "HBM 매출 비중이 4분기 디램(DRAM) 내 42%까지 확대되며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레거시 DRAM의 약세 속에서 HBM 중심의 프리미엄 제품 시장 수요가 양극화되면서 SK하이닉스의 실적은 더욱 견고해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