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유영 기자 | 올 한 해 패션업계는 거듭된 불황기를 겪었다. 고물가로 살림살이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국내 패션기업 '빅5'(삼성물산 패션·한섬·신세계인터내셔날·LF·코오롱FnC)는 분기별 실적에서 희비가 엇갈리는 성적표를 받았다. 대체로 전년과 비슷하거나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 같은 패션업계의 부진은 '소비심리 위축'과 '비수기', 10월까지 이어진 더위로 인한 '패션 시장 침체 분위기'로 인해 형성됐다. 업체들은 4분기 한파가 예상되는 올 겨울철을 대목으로 보고 '헤비 아우터' 등 방한 아이템을 대거 선보였지만, 11월 초까지도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예년에 비해서 아우터 수요가 높지 않은 상황에 한숨을 내쉬었다.
연말에는 본격 추위가 시작되자 단가가 높은 겨울 제품 판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연말 특수'를 노렸지만, 이마저도 '12.3 계엄령' 여파로 국내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할인행사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다.
◆ K패션, 신사업 개척·글로벌 진출 모색
주요 패션업체들은 올해 실적 반등을 위해 '신사업'과 '글로벌 진출'에 눈을 돌리는 등 새로운 수익처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우선 5대 패션업체 가운데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대표적인 SPA브랜드 '에잇세컨즈'와 자체브랜드 중심으로 실적 회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에잇세컨즈'가 고물가 시대를 맞아 실적 기여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내년 핵심 사업 중 하나를 '에잇세컨즈의 아시아권 공략'으로 잡았을 정도로 에잇세컨즈의 아시아권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에잇세컨즈가 올해 국내에서 '3000억대 브랜드'로 매출이 반등한 만큼 아시아를 주축으로 글로벌 진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에잇세컨즈는 현재 국내에서는 시내 외국인 방문객 빈도가 높은 상권에 신규 매장을 개점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내 매장 수는 올해 78개까지 늘어났다.

◆ 무신사 스탠다드·인디 브랜드의 '약진'
올 한해 K패션에는 인디 브랜드의 성장이 눈에 띈다. K 콘텐츠의 글로벌 활약에 힘입어 K 패션의 국내외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디자이너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송지오'·'우영미'가 있다면 최근에는 온라인 기반으로 출발한 마뗑킴·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마르디 메크르디 등 인디 브랜드 '3마'가 큰 인기를 누렸다.
마뗑킴은 지난 10월 홍콩 글로벌 매장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대만과 마카오에 신규 매장을 추가로 오픈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일본 도쿄 단독 매장 및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계획이다. 향후 5년 이내 27개의 글로벌 매장을 선보이며, 해외 오프라인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SPA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는 올해 오프라인 매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12월까지 국내에 총 19번째 점포를 오픈했다. 내년에도 고객 수요가 있는 전략적 입지를 바탕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계속해서 선보일 계획이다.

◆ '본업 집중' vs '사업 다각화'…패션업계 올해 '화두'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소비자들의 수요가 꾸준한 신명품 브랜드들의 매출 확대에 집중했다. 특히 자체 편집숍 '비이커'와 '10꼬르꼬 소모 서울' 등을 통해 새로운 신명품 브랜드를 선보인다. 아미·메종키츠네·르메르·자크뮈스 등의 브랜드들은 MZ세대들의 신명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뷰티' 사업을 접고 본업인 '패션' 사업에 집중한다. 실제로 지난 11월 약 4년전 론칭한 클린 뷰티 전문 편집숍 '레이블씨' 사업을 철수했다.
본업에 집중한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달리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한섬, LF 등은 뷰티 사업을 전개하며 '패션과 뷰티의 시너지'를 기대했다. 고물가·고금리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뷰티 사업 등으로 새 먹거리 창출에 나선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8월에 713억원을 들여 라이징 브랜드인 '어뮤즈'를 인수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현재 연작, 스위스퍼펙션, 비디비치, 딥티크, 아워글래스 등 30여 개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럭셔리·프리미엄 위주였던 코스메틱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풀라인업으로 확대하고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주요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밖에 LF는 '아떼', 코오롱FnC는 '엠퀴리' 등 뷰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시장이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장기간 영향을 받고 있지만 업계는 신진 디자이너 협업 및 글로벌 시장 확대 등으로 새로운 수익처를 발굴하고 있다"며 "온라인 업체는 오프라인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패션대기업들은 온라인몰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