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주요 금융지주의 검사 결과 발표를 다음 달로 미룬 데 대해 '매운맛'으로 대응하기 위해 연기하는 게 적정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히면서 일부 금융지주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검사 결과에 따른 제재 혹은 징계 등 후폭풍이 거세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에서 '건설업계 및 부동산시장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를 포함한 NH농협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3개 금융지주와 은행을 차례로 검사한 결과, 우려 사항이 있었음을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 등 주요 금융지주·은행권에 대해 검사 결과를 미룬 이유는 원칙대로 매운맛을 시장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1월 중에 발표하는 게 적정하다는 판단에 미뤘다"고 말했다. 당초 연내 예정됐던 검사 결과 발표를 내년으로 연기한 것이다. 

그는 우리금융 사태와 관련해 완고하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경미하게 추궁하려 했다면 이달에 발표했겠지만, 단순히 '개인 문제'가 아닌 '그룹 전체의 문제'로 보고 엄정 조치할 방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파벌주의와 그로 인한 운용상의 난맥 등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 상태다"라며 "솔직히 현 회장 및 행장 체제에서 이 점이 고쳐졌다고 보고 있진 않다"고 지적했다.

KB금융그룹은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부실뿐 아니라 불공정거래·부당대출 등 각종 금융사고가 발생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어 제재 수위에 이목이 집중된다. 

금융권 차기 CEO 선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셀프 연임'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던 하나금융에 대해 이 원장은 "현 회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고, 만약 도전하더라도 함영주 회장이 규정 적용을 받지 않겠다고 하실 분"이라고 못 박았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2일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개정한 바 있다. 이른바 '70세 룰'이라고 불리는 이번 개정을 통해 '이사의 재임 연령은 만 70세까지로 하되, 재임 중 만 70세가 도래하는 경우 최종 임기는 해당 임기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정기 주주총회일까지로 한다'라고 변경했다. 

이 원장은 차기 수장 선임을 앞두고 있는 농협금융지주의 임원 인사와 관련해서도 개인적인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농협지주 CEO 선임과 관련해 "중앙회에서도 금융건전성 관리에 대한 인식은 우리와 같다"라면서도 "농민과 농업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를 가진 균형 있는 선임을 진행했을 것"이라며 뼈 있는 말을 남겼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의 대주주로, 중앙회장이 막강한 인사권을 쥐고 있어 관행상 금융지주와 은행 CEO에 중앙회장의 측근을 선임해 왔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선 중앙회장의 무소불위 권력에 대한 지적이 항상 따랐다. 이번 차기 농협은행장 후보에 발탁된 강태영 내정자 역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동향이자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이 원장의 이같은 무관용 기조는 임기 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그는 남은 임기 6개월 동안 금융권 전반에 걸쳐 운영 리스크나 관리 미비점에 대한 검사·감독 방향과 제재까지 엄정하게 다룰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선 이 원장의 무관용 원칙에 대해 적잖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매운맛'이라고 표현한 데에는 종합검사를 까다롭고 강하게 시행한다는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제제 수위 강화를 야기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대출 관행을 기존 은행권 관행으로 인정하지 않고 내규나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한다면 제재의 강도는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 발언의 무게감이 떨어져도 금감원의 제재는 유효한지라, 종합검사 결과 발표에 따라 금융지주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며 "행위가 동일하더라도 검사 관점에 따라 제재 수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검사 강도에 따라 징계의 범위가 특정돼 해당 부서나 임원 등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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