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해임안이 부결되면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 '4인 연합'이 이사회에서 한미사이언스 임종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 등 '형제 측'으로부터 우위를 확보한 분위기다.
19일 오전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이하 임시주총)에서 '4인 연합' 측 인사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및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한양정밀 회장) 해임 건이 부결됐다.
형제 측 인사인 박준석·장영길 사내이사에 대한 선임 건도 부결됐다.
이사 해임은 특별결의 안건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날 표결에 따르면 한미약품 이사회 구도를 기존 4(형제 측)대 6(4인 연합)에서 6대 4로 개편하려던 형제 측 계획은 무산됐다.
그동안 형제 측은 4인 연합 측 인사인 박재현 대표와 신동국 회장을 해임하고 박 사내이사와 장 사내이사를 한미약품 이사회에 진입시켜 경영권을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이번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한미약품 이사회 구도는 4인 연합 측 6명, 형제 측 4명으로 기존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같은 날 박재현 대표 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임종윤·종훈 형제 등은 임시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임시주총이 끝나고 진행한 간담회에서 "이번 임시주총 결과를 통해 소모적 다툼보다는 회사 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고민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을 빨리 종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립 경영 방침에 대해서는 "독립 경영은 계속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한미사이언스와의 위탁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이며 독립 경영이 '완전한 분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경영권 분쟁이 최근 고발전으로 비화한 데 대해서는 "한미사이언스 측이 고소·고발을 취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 구도는 4인 연합 측 5명, 형제 측 5명으로 동률이다.
4인 연합은 지난달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이사회 구도를 기존 4(4인 연합)대 5(형제 측)에서 6대 5로 뒤집으려 했으나, 이사 수를 확대하는 정관변경의 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5대 5로 재편됐다.
당시 4인 연합과 형제 측 누구도 완승하지 못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임시주총 이후에도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린다면 내년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까지 다툼이 이어질지 모른다. 다만 이번에는 양측이 내년 정기주총을 앞두고 타협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주식 매각으로 인해 지분이 줄어들고 있는 형제 측이 내년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군을 확보하지 못하면 가족 간 타협을 모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임종윤 사내이사는 지난 13일 한미약품 임시주총 철회를 제안하며 경영권 분쟁 장기화를 막자고 주장하는 등 '화해 제스처'를 취한 바 있다.
송 회장, 임 부회장 모녀도 지분을 사준 '우군' 신 회장과 킬링턴이 더 큰 이익을 위해 돌아설 가능성을 고려해 형제 측과의 재결합에 우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한미약품그룹이 경영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가족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