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등 금융시장 변동성 대응…해외 고객·투자자 안심에 주력

계엄 사태 이후 비상 대응 태세를 강화했던 국내 대기업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상황을 주시하며 내년 경영 계획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탄핵 정국과 함께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신중하게 경영 환경을 살피는 모습이다.
◇ 시장 모니터링 강화…17일 국회의장-경제단체 간담회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기업은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정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거시경제 움직임과 금융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17∼19일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국내외 임원급이 모여 사업 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 등을 논의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주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 주재로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열고 올해 사업 성과와 내년도 계획을 점검한 바 있다.
LG그룹도 지난 12일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사장단 협의회를 열어 내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경영 과제를 논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내년 경영 계획을 세우는 시기인데 시국이 불안정하다 보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외부 변수가 크기 때문에 투자를 과감히 하기보다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등 다소 위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는 17일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초청 경제단체 간담회가 국회에서 열린다. 재계는 탄핵 정국에 직면한 기업의 어려움을 알리고 입법 지원 등을 요청할 예정이다.
간담회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이 참석한다.
사회 핵심 인프라를 책임지는 에너지 공기업들도 계엄 탄핵 정국 속에서 비상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등 긴장 속에서 대응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최근 전 사원에 공무 기강 확립 강조 공문을 내려보내 비상 연락 체계를 철저히 관리하는 등 안정적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회적 불안이 커져 자칫 지역 단위의 소규모 정전만 발생해도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신속 대응 체계 유지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환율이 가장 걱정…사업 불확실성 해소되기를"
계엄 선포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요동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기업들은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크거나 원자재를 수입하는 등 환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은 환율 변동이 매출과 이익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내수 부진과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급 과잉 등으로 업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와중에 환율 급등으로 원재료 수입에 타격을 받는 철강업계가 대표적이다.
철강업계는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국 불안이 환율 상승 등 추가 경영 환경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면서 긴장 속에 상황 전개를 예의주시 중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환율이 가장 걱정이 되는 상황"이라며 "어제 탄핵소추 가결로 일단 불확실성이 해소 국면에 접어드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도 환율과 항공 여객 수요 변동 등이 재무와 영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