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티메프, 환불 담판 짓자'…찜통더위도 못 이긴 분노
상태바
[Focus]'티메프, 환불 담판 짓자'…찜통더위도 못 이긴 분노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4년 07월 26일 08시 56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메프 본사 1층 로비가 피해자들로 가득 찼다. [영상 = 안솔지 기자]
위메프 본사 1층 로비가 피해자들로 가득 찼다. [영상 = 안솔지 기자]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여기 수백만원, 수천만원씩 피해 본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어떻게 가만히 기다리겠나. 현장에서 환불 받아 간 사람이 있다니 나도 기다리고 있는 거다. 어떻게든 오늘 받아가려고 한다"(위메프 여행 상품 피해를 입은 50대 A씨)

체감온도 35도가 넘는 '찜통더위'도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피해를 덮어쓴 소비자들의 분노를 이기지는 못했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 앞에는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위메프를 통해 구매한 여행상품을 환불 받으려는 피해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24일 밤부터 피해자들이 몰려들기 시작, 현장에서 환불이 이뤄진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튿날인 25일에는 지방에서 상경한 피해자들까지 수백명이 위메프 본사 1층 로비를 가득 메웠다. 하루 종일 위메프 본사를 지킨 사람들부터 퇴근 시간인 6시 이후부터 찾아든 사람들까지 1000여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피해자 대부분은 혹시나 환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근심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몇몇은 정돈되지 않은 어수선한 현장에 화를 내면서 욕설과 고성을 내뱉기도 했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한정된 공간에 사람이 몰린 탓에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연신 부채질을 하거나 휴대용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진 = 안솔지 기자]
[사진 = 안솔지 기자]

30대 여성 B씨는 "아침 8시 30분에 (본사에) 도착했는데 오후 5시가 지나도 아직 처리가 안됐다"며 "저와 비슷하게 온 분 중에 환불을 받은 분도 계신데 일부 순서가 뒤엉킨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여성 C씨는 "오후 1시에 현장에 와서 QR코드를 접수하고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며 "피해자 단톡방을 통해 올라오는 내용을 확인하려고 편의점에서 일회용 보조배터리도 사왔는데,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너무 지친다"고 호소했다.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C씨(39세·남)는 "아이들과 부모님까지 함께 여행 가려고 위메프에서 500만원이 넘는 상품을 결제했는데, 8월 4일 출발인 상품을 오늘(25일)에서야 취소하라고 여행사에서 연락이 왔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결제 취소가 안 되니 위메프에서 환불을 받으려고 서울까지 왔다"며 "당장 출장을 가야해 오늘 안에 환불을 받아야 하는데, 현장 상황을 보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사진 = 안솔지 기자]
[사진 = 안솔지 기자]

당초 이날 오전에는 현장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결제자 이름, 연락처, 예약번호, 상품명, 환불수량, 예금주 이름과 계좌번호 등의 정보를 수기로 받은 뒤 순서대로 환불이 이뤄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고객이 몰리면서 접수 방식을 QR코드를 통한 온라인 양식 작성으로 전환했다. QR코드를 통해 작성이 완료된 순서대로 현장 직원의 확인을 거친 뒤 해당 계좌로 환불금을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접수 방식 전환에도 불구하고 현장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고객들과 담당자의 혼선이 지속됐다. 번호표를 받으려는 고객과 현장 접수를 하려는 고객들이 뒤섞이면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일부 고객들의 환불이 이뤄지자 "환불 기준이 뭐냐 순서대로 해라"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는 성난 피해자들을 달래기 위해 현장을 지켰다. 

류 대표는 이날 오후 6시께 "지금까지 오전에 700명, 오후에 600명 환불을 완료했다"며 "오전 수기 접수를 한 고객들은 곧 환불이 완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메프는 수기 접수 고객들의 환불이 완료되면 QR접수 고객 등 현장 접수한 고객들의 환불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티몬 신사옥. [사진 = 안솔지 기자]
티몬 신사옥. [사진 = 안솔지 기자]

현장 접수는커녕 본사 문을 걸어 잠근 티몬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피해자들은 굳게 잠긴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본사 앞에도 몰려들었다. 그러나 티몬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피해자들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그러다 오후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본사와 500미터 거리에 있는 티몬 신사옥으로 조사관을 파견해 현장 점검에 나서자, 피해자들도 신사옥으로 집결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700여명의 티몬 피해자들은 신사옥 내외부와 지하 사무실 점거에 나섰다.

30대 여성 D씨는 "본사 앞에 있다가 신사옥까지 와서 오늘 5시간째 기다리고 있다"며 "티몬은 현장에 담당자 아무도 안 나와 있지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다른 피해자 분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50대 후반 여성 E씨는 "친구들이랑 여행 가려고 400만원짜리 여행 상품을 구매했다가 물렸다"며 "양심적으로 소비자 피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지 대표가 도망간 것도 아니고 왜 가만히 있냐"고 지적했다.

그는 "모회사가 싱가포르 기업이라 국내에서 처벌이 힘들다고 막무가내로 나오는 것 아니냐"며 "대금 정산 지연이 이번뿐만이 아니라고 하는데 지금 이 상황을 방관했다는 생각에 배신감까지 든다"고 덧붙였다.

환불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이 티몬 신사옥 앞으로 몰려들고 있다. [영상 = 안솔지 기자]
환불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이 티몬 신사옥 앞으로 몰려들었다. [영상 = 안솔지 기자]

티몬 피해자들은 공정위 조사관 5명과 티몬 법률 자문을 맡은 직원 2명을 향해 상황 설명과 더불어 위메프처럼 환불 진행을 위한 최소한의 방향을 잡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을 벗어나려는 공정위 조사관과 티몬 직원들을 제지하기 위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와 달리 류광진 티몬 대표는 피해자들의 호소에도 끝끝내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그는 25일 오후 5시 45분께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구제와 함께, 결제 재개 등 고객과 판매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정산 지연 또한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짤막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같은 발표도 현장을 찾은 피해자들의 분노를 잠재우지 못했다. 피해자들의 신사옥 점거 농성이 이어지자 26일 0시 40분께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이 현장에 방문했다.

권 본부장은 "위메프 대응보다 많이 지연돼 죄송하다"며 "그룹사 통해서 펀딩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티몬 역시 현장 환불 접수를 시작했다. 새벽 1시가 넘어 환불 접수가 시작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티몬 신사옥에는 1300여명이 넘는 피해자들이 몰려들었다. 티몬 측에 따르면 현재 준비된 환불 가능 금액은 30억원 가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