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1세대'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 별세…향년 8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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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1세대'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 별세…향년 8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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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숙환으로 별세…미래산업 창업해 벤처 1세대 이끌어
"부 대물림 않겠다" 515억 기부…국내 최초 개인 고액 기부액
정문술 전 KAIST 이사장의 2014년 기부 약정식 모습
정문술 전 KAIST 이사장의 2014년 기부 약정식 모습

컨슈머타임스=이승구 기자 | 한국의 벤처 1세대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했다.

정 전 회장은 '부(富)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며 재산 515억원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기부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KAIST는 고(故) 정문술 전 회장(12대 KAIST 이사장)이 지난 12일 오후 9시30분께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13일 밝혔다. 향년 86세다.

고인은 1938년 전북 임실군 강진면에서 태어나 익산 남성고를 졸업했다. 군 복무 중 5·16 군사정변을 맞았고, 혁명군 인사·총무 담당 실무자로 일하다 1962년 중앙정보부에 특채됐다.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원광대 종교철학과)을 다녔다. 1980년 5월 중앙정보부 기획조정실 기획조정과장으로 있다가 12·12사태로 정권이 바뀐 이후 실세인 보안사에 의해 해직됐다.

그는 사업을 준비하다 퇴직금을 사기당했는가 하면 어렵사리 설립한 풍전기공이란 금형업체도 대기업의 견제로 1년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그러다 1983년 벤처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인 미래산업을 창업해 한국의 벤처 1세대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산업 창업 이후 일본의 퇴역 엔지니어를 영입했고, 반도체 검사장비를 국산화해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20세기 말 국산 반도체 수출이 확대되면서 기업 성장이 가속화됐고, 1999년 1월에는 국내 최초로 미래산업을 나스닥에 상장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후 2001년에는 '착한 기업을 만들어 달라'는 당부와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 전 회장은 특히 자녀들을 회사(미래산업)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저서 '아름다운 경영:벤처 대부의 거꾸로 인생론'(2004)에서 "주식회사란 사장의 개인 소유물이 아니어서 2세에게 경영권을 넘길 권리라는 게 사장에게 있을 턱이 없다"며 "역사가 가르치듯이 '세습 권력'은 대부분 실패한다"고 적었다. 

또한 은퇴를 선언하기 직전에 두 아들을 불러서 "미래산업은 아쉽게도 내 것이 아니다. 사사로이 물려줄 수가 없구나"라고 양해를 구하자 두 아들이 "아버님께서는 저희에게 정신적인 유산을 남겨주셨습니다. 저희는 언제까지나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할 겁니다"라고 말하더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고인은 국내 최초로 개인 고액 기부액 515억원을 KAIST에 기부하며 바이오및뇌공학과,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설립에 기여했다. 2001년 300억원을 첫 기부한 이후 2013년 215억원을 다시 기부했다. KAIST에 고인의 이름을 붙인 정문술 빌딩과 부인의 이름을 따온 양분순 빌딩도 건립했다.

고인은 2014년 1월10일 기부금 약정식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과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개인적 약속 때문에 이번 기부를 결심했다"며 "이번 기부는 개인적으로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였으며, 또 한편으로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소중한 기회여서 매우 기쁘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정 전 회장은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 2009∼2013년 KAIST 이사장을 지냈다. 2014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아시아·태평양 자선가 48인'에 선정됐다.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과학기술훈장 창조장을 받았다.

고인의 빈소는 건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02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5일 오전 9시, 장지는 서울 추모공원-광주시안이다. 유족은 배우자 양분순씨와 2남 3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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