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유영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5월에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하는 가운데 이 안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 구제 후 회수 프로그램은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전세보증금 피해액을 먼저 보상해준 뒤 해당 비용을 나중에 회수하는 것이 골자다.
여야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신속한 피해 회복'에 대한 취지는 공감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는 재정 투입 규모나 절차적 문제 등의 이유로 실무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보이스피싱 등 다른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자로는 △김윤후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김병국 팀장(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문희석 처장(한국자산관리공사 가계기획처) △유승동 교수(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최우석 팀장(HUG 전세사기피해자 경·공매지원센터) △김경선 박사(HUG 주택도시금융연구원) △이장원 과장(국토교통부 피해지원총괄과) 등이 참여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HUG 준법지원처장 김택선 변호사는 "개정안 중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의 최저 매입 기준과 채권 회수 절차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선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재원이 되는 주택도시기금이 사실상 청약가입자 등에게 돌려줘야 할 부채성 자금이어서 피해액 구제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타당한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주택도시기금도 갈수록 줄어들어 재정적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발표자료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잔액)은 2021년 49조원에서 올해 3월 기준 13조9000억원까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모든 토론자들은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고갈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금의 소모성 지출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재정보조가 수반돼야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다른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는 의견도 나왔다.
김윤후 변호사는 개정안에 따른 권리자 간의 이해관계 충돌 및 권리 침해 여지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으며, 김병국 한국주택금융공사 팀장은 전세사기 재발 방지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희석 한국자산관리공사 처장은 채권 매입 예산 부족을 우려했고, 유승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채권 매입기준의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공유했다.

특히 HUG와 국토부 관계자들은 재무적으로 피해액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정부예산이나 추가 재정 지원확보가 밑받침으로 돼야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장원 국토부 피해지원총괄과 과장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3만6000명 정도로 예상되고 있고, 피해자들의 평균 보증금은 1억4000만원으로 이를 곱하면 총액이 5조원에 달한다"면서 모든 채권을 매입할 순 없다는 이유로 비용은 3조~4조원을 예상했다.
최우석 HUG 팀장은 "선순위채권 매입비용 외에도 행정비용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입비용 뿐 아니라 그에 따른 행정비용도 최소 1000억원에서 최대 3000억원까지 들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또 예상 낙찰가율, 선순위 채권금액, 기타 회수예상액 등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이 모호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경선 HUG 연구원은 "공사의 경영상태가 전세보증사고 급증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해 3월 기준, 대위변제가 80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수행과 관리를 위한 인력과 예산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토론회 말미에 "현재 개정안은 공정한 가치평가, 매입절차 등이 불분명해 전문가들과 추가 논의 없이 개정안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혼란만 야기할 우려가 있고,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지원도 어려우므로, 채권매입 기준 및 절차 등 핵심내용에 대한 추가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