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천사' 마가렛 할매 오스트리아서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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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천사' 마가렛 할매 오스트리아서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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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23년 09월 30일 2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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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88세, 병원서 수술 중 급성 심장마비로 숨져
고흥군 애도문 발표 "한센인 위해 헌신한 숭고한 정신 기억"
'소록도 천사' 마가렛
소록도에서 40여년간 봉사했던 '소록도 천사' 마가렛 피사렉(88) 간호사가 지난 29일 오후 3시 15분(현지 시각) 오스트리아의 한 병원에서 급성 심장마비로 선종했다. 사진은 2017년 9월 김연준 신부가 오스트리아에서 만난 마가렛의 모습.

소록도에서 40여년간 한센인들을 돌보다가 건강 악화로 더이상 봉사할 수 없게 되자 조용히 오스트리아로 귀국했던 '소록도 천사' 마가렛 피사렉씨가 선종했다. 향년 88세.

30일 천주교광주대교구 김연준 신부에 따르면 마가렛 간호사는 지난 29일 오후 3시 15분(현지시각)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한 병원에서 급성 심장마비로 운명했다.

마리안느 간호사와 함께 고흥 소록도에서 40년간 한센인을 위해 헌신했던 그는 2005년 오스트리아로 귀국 후 단기 치매 등으로 요양원에서 지냈으며, 최근 대퇴골 골절로 수술을 받던 중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 태생의 오스트리아 국적자인 고인은 인스브루크 간호학교를 졸업한 뒤 구호단체 다미안재단을 통해 1966년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 파견됐다.

그는 공식 파견 기간이 끝난 후에도 아무 연고도 없던 소록도에 남아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한센인들을 돌봤다.

의료진이 부족하던 시절 진료하러 온 한국인 의사들도 환자들과의 직접 접촉을 꺼렸으나 마가렛은 환자들의 짓무른 손발을 직접 소독하고 고름을 닦아내며 치료를 도왔다.

맨손으로 자신들을 치료하는 것에 감명받은 한센인들이 그녀를 '수녀님'이라는 존칭으로 불렀지만 마가렛은 '할매'라는 친근한 애칭을 더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센인 환자 재활 치료와 의료시설 도입, 한센인 자녀 영아원 운영, 한센인 환경 개선 지원금 모금 활동 등을 하며 일생을 바쳤다.

마가렛과 마리안느 두 간호사는 나이가 들면서 몸 상태가 나빠지자, 2005년 11월 "섬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는 편지를 남기고 조용히 소록도를 떠나 오스트리아로 함께 돌아갔다.

'소록도 할매 수녀들'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속 마가렛(왼쪽)과 마리안느
[천주교주교회의 제공]

우리 정부는 오랜 세월 보수 한 푼 받지 않고 한센인들의 간호와 복지 향상에 헌신한 공을 기려 마리안느와 마가렛에게 1972년 국민훈장, 1983년 대통령표창, 1996년 국민훈장 모란장 등을 수여했다.

마가렛 부고를 전달받은 소록도성당은 오는 31일 추모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고흥군도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과 공동 애도문을 발표하고 소록도 나눔연수원에 애도 현수막을 게시했다.

2016년 '마리안느와 마가렛' 다큐 제작팀과 만난 마리안느(왼쪽)와 마가렛
[김재옥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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