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하은 기자] "은행들이 자기 책임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을 것"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오늘만 산다는 느낌이 있다"
"책임주의 원칙 아래 운영상 책임을 질 만한 사건은 당연히 져야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5일 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금융사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불법 금융사고에 대해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원장은 검사 시절 굵직한 경제범죄 수사를 도맡았던 첫 검찰 출신다웠다. 금융권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금융사고와 불법 행위 등에 결벽 증세를 보일 만큼 우직하고 날카로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시중은행에서 거액의 외화 송금 거래와 관련해 '책임론'이 대두되자 "금액이 더 늘어나면 10조원에 육박할 수 있는데 은행들이 책임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책임이 없다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작심 비판한 이 원장이었다.
CEO의 불법 투자 논란에 휩싸였던 자산운용사에 대해서도 책임주의를 부각시키며 일부 CEO들의 일탈 행위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이밖에 무차입 공매도와 관련해서도 조사를 지속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의지를 다시 한 번 피력했다.
우리은행 700억원 횡령 사건과 관련된 언급에서도 또 다시 책임론이 거론됐다. 이 원장은 "뉴욕에서 참새가 죽어도 뉴욕 시장의 책임이라는 말이 있다"고 언급하며 "국민들이 용납하기 어려운 운용상의 책임에 대해서는 당연히 CEO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고경영자(CEO)를 제재하는 것에 대해선 신중론을 펼쳤다. 일률적으로 CEO에게 책임을 물을 건지에 대해선 신중하게 다가가겠다는 입장이다.
'책임'이라는 단어는 기자단 질의 답변 말미에서도 언급됐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하나금융과 진행 중인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소송과 관련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나도 소송 업무를 20년 이상 해왔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잘해야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일단 금감원 생각처럼 나도 피고(은행) 측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장의 소신은 결국 '책임경영'이다. 금융사 CEO들이 책임 의식만 가졌어도 이 같은 불법 공매도나 거액의 횡령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위법과 불법과 관련해선 보여주기식이 아닌 법률이 정한 방식으로 고강도 제재를 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원장의 주장대로라면 이전에 금융사를 상대로 한 무리한 판단과 검사와 제재보다 법률에 입각한 보다 세련되고 냉철한 제재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어 금융사들은 내부통제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사 자체적으로 위험요인을 시정할수 있는 '책임경영체제'가 확립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사 CEO들의 책임경영을 통해 금융 소비자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원장은 "모든 감독업무가 합리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집행되도록 감독 절차의 사전·사후적 합리성을 강화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가 이처럼 '책임주의'와 '원칙주의'라는 우직한 소신을 앞세워 금융사 제재에 나선다면 금융사고 발생 시 금융사의 책임론은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률에 입각한 검사와 제재로 금융사에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 행정소송 등으로 법리를 다툴 여지가 사실상 없어지기 때문에 금융사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