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김하은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은행들의 내부통제 관련 소송에서 연달아 패소하자 금융사와의 소송 준비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금감원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DLF 사태' 관련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변론기일까지 미뤄진 상황이다.
앞서 유사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입지가 모호해진 만큼 확실한 승소를 잡기 위한 대응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자 하나금융 측에서도 2심을 앞두고 첫 변론에 만반의 준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1일 진행될 예정이었던 금감원과 함 회장의 'DLF 징계취소소송'에 대한 항소심 변론기일을 연기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17일 금감원 측 소송대리인들이 기일변경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법원은 추가 변론기일을 미지정한 상태다.
금감원은 하나은행과의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앞으로 금융사에 대한 내부통제 제재 행보에 많은 제약이 따를 수 있기 때문에 만전을 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감원은 'DLF 사태'와 관련 하나·우리은행과의 소송 외에도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로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윤경은 전 KB증권 사장,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에게 직무정지를, 박정림 KB증권 사장에겐 문책 경고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들의 징계 의결을 보류한 상태다.
만약 금감원이 우리은행에 이어 하나은행과의 제재 취하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다른 금융사들도 줄줄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금감원의 제재 기류도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법원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취소소송에서 1·2심 모두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금감원은 상고를 결정하며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게 넘어갔다.
금감원은 금융사에 연이어 패소할 경우 입지가 약해질 것을 우려해 대응을 강화하려는 모습이다. 금감원 측은 "중요한 소송인 만큼, 하나은행과의 남은 소송에서 대응 전략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금감원이 하나은행과의 2심에선 우리은행과 같은 결과를 되풀이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이 이미 1심에서 하나은행에 승소하면서 2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이 2심에서 1심 결과를 뒤집을 만한 새로운 변론을 펼치면 반전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겠으나, 금감원이 1심에서 승기를 잡으며 유리한 위치에 놓인 만큼 승소를 위해 쐐기를 박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원은 1심에서 함 회장이 내부통제 '마련'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금감원의 징계 정당성을 인정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우리은행과 유사성이 있는 사안임에도 △적합성 보고서 기준 미마련 △내부통제 점검기준 미마련 등에 대해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으로 판시한 것이다.
이에 하나은행 측은 2심에서 반드시 승소하기 위한 변론 준비에 열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과 달리 1심에서 패소한 하나은행의 경우 2심에서 새로운 사실을 입증할 만한 변론을 준비하지 못하면 1심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2심 변론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