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롯데건설이 부산 재개발 사업의 대어로 꼽히는 서금사재정비촉진A재개발(서금사A구역) 입찰과 시공권을 탈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2018년 12월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붕괴사고 여파로 이곳의 시공사 지위를 박탈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이에 롯데건설은 시공권 탈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변수는 조합 내부 갈등과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 적용 여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산시 금정구 서금사재정비촉진A재개발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금사A조합은 지난 4월 16일 총회를 열어 광주 붕괴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해 전체 컨소시엄과 계약해지 안건을 의결하고 시공권을 해지한 바 있다. 이후 지난 6월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으나 유찰됐다. 이어 이달 초에 열린 2차 입찰에는 롯데건설만 단독 참여해 또 다시 유찰됐다. 조합은 빠른 시일 내에 공고 일정을 잡아 3차 입찰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서금사A구역은 부산시 금정구 부곡동 32-4 일대 11만9923㎡를 재개발해 지하 4층~지상 49층 13개 동 총 2672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이곳은 서금사재정비촉진구역 가운데 기존 1구역과 3구역이 통합된 사업장이기도 하다.
롯데건설이 서금사A구역을 되찾아야 하는 이유로는 자존심 회복과 더불어 사업성 자체가 뛰어나다는 점이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이곳은 부산 재개발 사업 중에서도 대어로 꼽히는 곳"이라며 "금정구에서도 노른자위 입지에 산복도로가 많은 부산에서 보기 드문 평지에 자리 잡아 인기가 많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조합원(933가구) 물량보다 일반분양(1700여가구) 물량이 더 많다는 점에서 사업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최근 현대산업개발과 결별한 정비사업장들 가운데 1000가구 이상 매머드 단지에 속하는 곳들이 많은 만큼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유독 서금사A구역만큼은 롯데건설의 차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롯데건설이 서금사A에서 재개발사업 구역지정 때부터 컨소시엄 주관사로 사업 시공권을 따낼 때까지 들인 시간과 정성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가장 큰 변수는 조합내부 갈등이다.
현재 서금사A구역은 조합 집행부와 서금사정상화모임(서정모)이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정모는 조합 집행부가 시공사 해지 후 입찰 마감을 너무 급박하게 진행하고 있어 기존 시공사였던 롯데건설 외 다른 시공사들의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입찰 진행과정에 의문을 품었다. 이에 지난 5월 12일 조합 임원 해임안건을 발의한 바 있다.
서정모 측은 "현장설명회 이후 입찰마감까지 법정기한이 20일인데 정확히 22일 밖에 주지 않았기에 건설사들이 설계도나 제안서를 만들 시간적 여유가 안 된다"며 "조합은 사업시행계획안에 시공사들이 기존 설계보다 더 나은 상품성(하이엔드)을 제시할 수 없다는 조건도 달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합 측은 "입찰 과정에서 조합이 법을 어긴 것은 전혀 없다"면서 "그동안 기존 설계에 따라 업무를 진행해왔고 그에 맞춰 교통영향 평가도 접수돼 있기에 (입찰시) 너무 동떨어진 설계를 해오면 업무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고 맞섰다.

조합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결정한 이후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 적용을 요구할 것이라는 설도 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시공사 지위를 상실한 이후 아직 시공권을 되찾아 온 것이 아닌 상황"이라며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올해 도시정비시장에서 자사 최대 수주실적을 목표로 하는 만큼 시공권을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금사A는 현산과 시공계약을 해지하면서 공사 속도가 지연된 상황"이라면서 "조합 입장에서도 최근 분양 경기가 좋지 않고 공사비가 올라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도 예전 같지 않아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것 외에 마땅한 대안 찾기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건설은 올해 서울 성수1구역 재건축사업을 시작으로 봉천 1-1 재건축, 선사현대아파트 리모델링사업, 미아3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사업 등을 수주하면서 도시정비사업에서 총 수주액 2조7406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20년(2조6326억원) 세운 최대 수주 실적을 돌파한 것이다. 하반기 추가 수주에 따라 신기록 달성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