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매화와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트렸고 봄비가 연일 내리고 있다. 두꺼운 코트를 벗고 봄옷 고르기에 여념이 없다. 올해 상반기를 강타한 패션 트렌드는 다름 아닌 세기말 감성을 물씬 풍기는 'Y2K 패션'이다.
Y2K는 'Year 2 Kilo'의 약자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유행했던 패션을 말한다. 골반에 걸쳐 입는 스타일인 로우라이즈, 짧은 상의인 크롭탑, 가죽 바이커재킷, 플랫폼 슈즈 등이 해당된다. 몇 해 전부터 레트로가 유행했으나 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올라오면서 이들이 어렸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카카오스타일의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는 올해 1~2월 고객들의 검색 및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Y2K 패션 관련 상품 검색량이 61배, 상품 거래액이 18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로우라이즈는 밑위가 짧아 아랫배까지 훤히 드러내는 스타일이다. 미우미우는 2022 S/S 패션쇼에서 손바닥으로 가려질 만큼 짧은 마이크로 미니스커드를 선보였다. 로우라이즈 바지는 2000년대 초 유행했던 스키니한 스타일과 달리 와이드팬츠의 영향을 받아 통이 넓어진 것이 특징이다.
짧아진 밑위와 함께 크롭탑과 크롭니트 등 상위도 짧아졌다. 지그재그 내 크롭티, 크롭탑, 크롭니트는 작년 동기 대비 검색량이 각각 107%, 42%, 715% 증가했으며 거래액은 40%, 193%, 131% 상승했다.
몸을 드러내는 패션은 올해 하반기까지도 이어질 예정이다. 이러한 패션 트렌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감춰왔던 몸을 대담하게 드러내고자 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디자이너 조본봄의 '본봄(BONBOM)'은 지난 18일 열린 서울패션위크 2022 F/W 패션쇼에서 과감한 로우라이즈 하의와 크롭탑, 컷아웃 아이템을 선보였다.

Y2K 패션의 플랫폼 슈즈 유행도 돌아왔다. 플랫폼 슈즈는 굽이 모두 연결된 신발 형태를 말한다. 어글리슈즈의 열풍은 다소 줄었지만 휠라는 시그니처 슈즈인 '레이트트레이서'를 플랫폼 디자인으로 재해석해 '레이플라이드'를 선보였다.
일상 속 스포츠웨어인 '애슬레저'룩이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러닝화에 플랫폼을 적용한 신발도 주목받고 있다. 나이키의 '크레이터 임팩트'는 재단실 바닥에서 모은 폐기물과 재생 소재를 활용해 만든 신발로 MZ세대의 가치 소비 트렌드에 부합한다.
또한 팬데믹으로 인해 침체된 분위기를 화사하게 살릴 색깔 플레이가 많아졌다. 특히 올해 주목해야 할 색깔은 핑크와 보라다. 글로벌 색채 연구소 팬톤은 2022년의 컬러로 '베리 페리(Very Peri)'를 발표했다. 베리 페리는 파랑과 레드가 섞인 보라색으로 오묘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보인다.
친환경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나우(nau)는 바다에 버려진 폐그물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나일론 소재를 사용해 친환경적으로 입을 수 있는 '블라썸 셋업' 시리즈를 출시했다. 여성 영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 럭키슈에뜨는 베리 페리 색상을 적용한 크롭 재킷, 쇼츠, H라인 스커트 등을 출시했으며 휠라와 영국 슈즈 브랜드 핏플랍도 라일락 컬러의 신발을 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패션 트렌드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패션은 규칙에 얽매이지 않은 시대로 진화했고 자아를 표출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들로만 옷장을 채우고 느끼는 기분 좋은 감정, '워드로브 웰빙(Wardrobe Well-being)'이 부각된다"면서 "소비자의 지갑은 완벽하게 자신의 취향을 저격할 때만 비로소 열리고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