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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산 낙지를 주꾸미로 오해한 것이다." (이인상 놀부NBG 홍보부장)
토종브랜드 외식업체 '1위'인 놀부NBG(이하 놀부)가 온∙오프라인을 통해 주꾸미를 재료로 쓴 '짝퉁' 낙지볶음을 판매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논란이 예상된다.
업체 측은 수입산 낙지를 주꾸미로 오인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립수산과학원을 비롯한 수산물전문가들은 그 개연성을 일축해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 "토막난 주꾸미, 낙지위장의 근거"
제보에 따르면 고모(충남 서산)씨는 최근 롯데홈쇼핑에서 놀부가 생산한 포장형 '무교동 낙지볶음' 과 '주꾸미 철판볶음'을 각각 6팩씩 구매했다.
배송 받은 이후 제품을 뜯는 순간 고씨에게는 황당함이 밀려왔다. 낙지가 아닌 주꾸미가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거나 토막난 채로 일부 들어있었던 것.
고씨는 즉시 구입처인 롯데홈쇼핑 측에 항의했다. 업체 측은 생산공정 중에 발생된 '포장사고'에 힘을 실었다.
고씨는 포장용기에 적시된 공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따져 물었다. 이곳 관계자 A씨의 해명은 오히려 고씨의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낙지의 상태가 좋지 않아 주꾸미로 오인하는 구매자들로부터 항의성 전화를 받고 있다는 언급이었다.
주거지가 바닷가 인근이어서 해산물에 해박했던 고씨는 "(나는) 충남 서산사람이다. 주꾸미와 낙지도 구분 못하는 바보인 줄 아느냐"고 격노했다. 그러자 A씨는 "공정과정 오류로 포장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고씨는 납득할 수 없었다. 주꾸미제품의 경우 주꾸미가 원형 그대로 들어 있지만 낙지제품은 절단된 상태로 포장된다는 업체 측의 안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포장과정의 단순 실수라면 주꾸미가 토막 나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고씨는 문제의 제품을 '증거' 차원에서 촬영, 사진으로 남기기까지 했다.
놀부 측이 낙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꾸미를 사용하는 '꼼수'를 부렸을 것으로 고씨는 의심했다.
고씨는 "이건 단순한 공정실수가 아니다"라며 "실수라면 포장단계에서 제조사 측이 몰랐을 수도 없을뿐더러 주꾸미 일부가 낙지처럼 잘게 잘려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의혹의 날을 세웠다.
◆ "베트남산 낙지다" 하지만…
본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놀부 측은 다급히 고씨 자택을 직접 방문해 문제의 제품을 수거하는 등 파장을 우려한 모습을 보였다.
이인상 놀부NBG 홍보부장은 "우리 쪽 직원들이 직접 현장(고씨 자택방문)조사에 나선 결과 베트남산 낙지가 제품에 쓰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베트남산 낙지의 모양이 주꾸미와 흡사해 (고씨가) 혼동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씨는 우리의 설명에 흔쾌히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수긍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씨) 자신이 낙지를 주꾸미로 혼동한 것인지 자체적으로 조사해 본다고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제품원가를 줄이기 위해 (무교동 낙지볶음에) 낙지 대신 주꾸미를 사용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두 재료의 원가는 동일하다. 우리 스스로 무덤을 팔 리는 없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복수의 수산물 전문가들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놨다.
본보로부터 문제의 제품사진을 전달받은 이들은 하나같이 낙지가 아닌 주꾸미가 제품재료로 쓰였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주꾸미와 낙지의 원가가 동일하다는 업체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의견이 나왔다.
놀부 측 해명의 상당부분이 허위로 드러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