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약정은 '죽어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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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약정은 '죽어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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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용자 '기간내' 사망에 위약금… "정책이 그래"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최모씨는 지난 7월 자신의 명의로 고령인 어머니에게 사용기간 2년 약정이 걸려있는 휴대전화를 선물했다. 어머니가 사용하던 휴대전화가 너무도 낡아 통화품질에 이상이 생겼던 탓이다.

 

최씨는 그간 어머니를 모시고 주거지 인근 휴대전화 대리점을 여러 번 방문했었다. 기기교체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어머니는 "괜찮다"며 혹시나 자식에게 부담이 될 까 손사래를 쳤다. 최씨가 자신의 명의로 어머니의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밖에 없었던 속사정이다.

 

하지만 최씨의 어머니는 새로 구입한 휴대전화가 손에 채 익기도 전 세상을 떠났다. 최씨의 슬픔은 말 할 수 없이 깊었다. 장례절차를 마무리 하고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최씨의 눈에 '마지막 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 휴대전화가 눈에 들어왔다.

 

슬픔을 가라앉힌 최씨는 통신사에 연락해 '주인잃은' 기기의 해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통신사 측은 명의자인 최씨에게 위약금을 요구했다. 약정기간 2년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최씨에게는 황당함을 넘어 분노가 밀려왔다. 실사용자인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규정을 운운하며 명의자인 자신에게 위약금을 요구하는 통신사의 행태에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최씨는 "통신사 측에서 위약금이 없는 해지가 불가능해 일시 정지를 시킨 상태"라며 "그에 따른 기본 유지요금이 매월 3000원 가량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사용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없는데도 명의자에게 약정기간을 지키라고 하는 통신사의 정책이 정상적인 것인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실사용자제도', 범죄발생 우려로 폐지

 

휴대전화 약정사용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죽는 경우 위약금이 부과될까? 부과된다. 앞서 언급한 최씨의 사례처럼 명의자와 다른 실사용자가 '사용약정기간'이 걸린 휴대전화를 선물 받고 그 기간보다 일찍 죽는 경우 그렇다. 위약금은 명의자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는다.

 

본보 확인 결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가 공히 같은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명의자와 실사용자와의 관계 및 실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한 업체 관계자는 "명의자와 실사용자가 혈연관계이거나 선물로 주고 받았다는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없다""이미 죽은 A라는 사람을 지목 '저 사람이 쓰던 휴대전화'라며 명의자가 약정기간 내 해지를 요구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최씨처럼) 딱한 사정이 발생되는 것은 매우 특수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명의자와 실사용자를 구분하는 '실사용자제도'가 과거에는 있었지만 4~5년 전 범죄발생에 대한 우려로 정부가 폐지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명의자와 실사용자를 구분 짓는 자체규정이 없음은 물론 여기에 정부 역시 부정적 견해를 밝히고 있다는 의미다.

 

방송통신위원회 측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대포폰'이 발생할 수 있다며 명의자와 실사용자를 구분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실사용자제도'가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을 해 봐야겠지만 휴대전화 약정기간을 지키지 못한데 따른 위약금 부과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진행된다""여기에 법이 아닌 다른 조건들을 들이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효도폰' 같은 휴대전화도 등장하고 있는데……"

 

특히 그는 "한 사람의 명의로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사실상 아무런 규제 없이 아무나 (휴대전화를) 쓸 수 있다""대포폰으로 이용될 수도 있어 명의자와 실사용자를 나누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앞서 언급한 최씨의 사례가 사회 통념상으로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위법'을 각 통신사에 강요할 수는 없다는 부연이다.   

 

소비자 일각에서는 보다 세밀한 통신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

 

직장인 강모씨는 "휴대전화 명의자와 실사용자가 다르다면 실사용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기업과 정부가 구축하면 되지 않느냐""범죄악용에 대한 우려가 오히려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이모씨는 "연세가 많이 드신 부모님들과 그 자녀들을 위한 '효도폰' 같은 휴대전화도 등장하고 있는데 요금정책은 여기에 못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직계가족만이라도 명의자와 실사용자를 구분 지을 수 있도록 통신정책을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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