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LG전자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적시된 부품보유기간(7년)을 어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부품보유기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부품이 없어 정상적인 수리를 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LG전자의 TV사례(본보 9월 10일자 참조)가 냉장고(디오스)에서도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LG전자 측은 소진부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일 뿐이라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부품단종을 빌미로 신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부품 하나 때문에 멀쩡한 제품을 새 제품으로…"
신혼살림을 꾸리면서 지난 2006년 LG전자의 양문형 냉장고 '디오스'를 구매한 A씨. 냉장고에 고장이 발생해 업체 측에 수리를 요청했지만 "부품이 없어서 수리할 수 없다는"식의 답변이 날아왔다.
사용한지 5년밖에 지나지 않았고 부품보유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부품교체만으로 손쉽게 고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A씨는 당혹스러웠다. 업체 측은 감가상각비용을 제외한 45만원을 보상해 준다고 했지만 새 제품을 구매하기엔 경제적으로 부담이 컸다.
A씨는 "부품 하나가 없어 통째로 냉장고를 바꿔야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최소 부품보유기간정도는 지켜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항변했다.
5년 전 LG전자의 냉장고를 구매한 B씨의 상황도 비슷했다. 고장이 발생돼 업체 측에 연락했으나 "부품이 없다"며 "일정 정도를 환불해 줄 테니 새로 구매하라"고 응대했던 것.
B씨는 "냉장고는 가전제품 중 고가에 속하는 것인데 멀쩡한 제품을 부품 하나 부족으로 버려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제품의 일부 부품이 단종되면 버리게 하고 신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LG전자의 방침이냐"고 일침을 가했다.
이처럼 부품이 없어 수리를 받지 못하는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 부품보유기간을 명시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냉장고의 경우 7년이며 업체 측이 부품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 소비자는 구입가 기준 감가상각한 금액에 10% 가산된 금액을 환급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는 권고사항일 뿐 강제력은 없다. 또한 부품 보유 수량에 대한 세세한 지침은 없는 실정이다.
업체 측이 의도적으로 제품 판매량에 비해 적은 부품을 보유해 부품보유기간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소비자분쟁기준에 적시된 부품보유기간 안에 가전제품이 고장 났어도 부품이 단종됐다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새 제품을 구매할 수 밖에 없다.
◆ LG "부품보유 수량, 말할 수 없다"
LG전자 측은 소비자분쟁해결을 준수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필요한 부품이 소진돼 정상적인 수리가 어려울 경우 (소진부품을) 다시 제조 의뢰하거나 해외에서 받는 경우도 있다"며 "이러한 과정 중 시일이 소요돼 소비자들이 오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품조달이 어려워 수리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감가상각을 통해 보상하는 등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는 부연이다.
그러나 부품보유수량에 관련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분쟁해결기준을 만든 이유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소비자들이 전자제품에 대해 정상적인 수리를 받을 수 있도록 부품보유기간 뿐만 아니라 부품보유수량과 관련해서도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LG전자에 대한 비난의견이 적지 않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직장인 김모씨는 "부품보유수량이 불투명하다면 부품보유기간을 명시한 건 LG전자의 '눈가리고 아웅'식 전시행정에 불과한 것 아니냐"며 "보다 구체적인 소비자보호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부 이모씨는 "고가의 가전제품의 경우 한번 구매하면 10년 이상씩 사용하는 한국인들의 소비형태를 업체가 얕은 술수로 오염시키는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며 "자원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부품보유기간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