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는 지난 2007년과 2009년 해당 차량에서 각기 다른 결함이 발견돼 세계시장에서 대규모 리콜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런 와중 발견된 이번 결함은 경우에 따라 혼다의 명성에 치명적 생채기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원인은 '미궁'에 빠진 가운데 혼다코리아 측은 내부사정을 이유로 공식적 입장표명을 미뤄 의혹을 키우고 있다.
◆ 차량 내부 '타는 냄새'… 엔진오일 '바닥'
직장인 이모(서울 강남구)씨는 지난해 말 부모님께 드릴 선물로 어코드 v6 3.5 차량을 구입했다. 혼다의 기술력과 세계적인 명성에 무엇보다 믿음이 갔다. 수년간 착실히 모은 돈을 지출한 데다 선물의 의미가 남달라 차량에 대한 애착도 컸다.
하지만 이씨는 최근 자신의 선택을 크게 후회하고 있다. 엔진오일이 새는 결함이 최근 1년 동안 끊이지 않고 발생됐기 때문이다.
발단은 지난 1월 누적 주행거리가 1000km에 도달했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기점검차 혼다 정비소를 찾은 이씨는 정비사 A씨로부터 뜻밖의 말을 전해 들었다. 엔진룸 내부 엔진오일이 거의 없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누유가 되는 곳은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오일을 보충했다.
이씨는 출고 당시 엔진오일을 채우지 않은 업체 측의 실수쯤으로 여겼다. 오판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직접 운전하는 아버지로부터 차량 내부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는 소식을 접한 것.
4월 말 재차 정비소를 찾은 이씨는 또 다시 엔진오일이 비어있는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타는 냄새의 원인이었다. 혼다 측은 엔진룸 내부의 특정부품을 교환한 뒤 더 이상 같은 증상은 없을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다.
무엇인가 타는 냄새는 계속됐다. 이씨는 6월 중순 또 다시 정비소를 방문했다. 역시나 엔진오일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혼다 측은 다른 부품을 교체한 뒤 같은 증상은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말 뿐이었다. 10월 중순 차량 엔진오일은 흔적만 남긴 채 사라져 버렸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이씨는 혼다 측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원인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하는 엔지니어는 없었다. 자신들도 모르겠다며 일본 본사에 문의해 보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었다.
그러면서 혼다 측은 태도를 슬쩍 바꿨다. 부품교환이나 수리 이후 동일증상이 발생될 수 있다는 언급이었다.
◆ "엔진오일 경고등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아 불안"
이씨를 경악시킨 대목은 따로 있었다. 이미 일본 본사에 보고가 되고 있는 내용이라며 본사차원에서 문제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한 관계자의 발언이었다. 원래부터 하자가 있었던 차량을 이씨가 구매했다는 얘기다.
이씨는 "나는 혼다 코리아에서 차량을 구매 한 것이지 일본 혼다 본사에서 구매 한 것이 아니다"라며 "일본 본사의 지시가 나오기 이전 엔진오일 누유로 인해 큰 사고가 난다면 혼다 코리아가 전부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엔진오일이 부족할 때 켜지는 엔진오일 경고등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아 매우 불안한 상태"라며 "같은 차량 오너들 사이에서 나와 비슷한 피해사례들을 몇몇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혼다코리아 측은 본보의 사실관계 파악 요구에 "이번 건을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사정이 생겨 답변이 늦어질 것 같다"는 말을 끝으로 연락을 끊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에서는 의미심장한 발언이 나왔다. 이씨가 겪은 사례가 '리콜'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