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우리은행 일부 지점이 본인확인절차 없이 개인의 금융정보를 유출,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있다.
특히 고소를 막는다는 취지로 우리은행이 피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했던 정황까지 파악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우리은행 측은 업무상 과실을 인정한 뒤 유사사건 재발방지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새나왔다.
◆ 개인금융정보조회, 주민번호만 알면 'OK'(?)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버지 A씨와 오래 전 인연을 끊고 착실히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이모(서울시 서대문구)씨.
파산상태인 A씨가 자신의 우리은행 계좌정보를 개인적으로 악용하려는가 하면 사용내역을 들먹이며 집요하게 괴롭힌 탓이다. 직장업무에 큰 방해를 줄 정도였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우리은행이 A씨에게 이씨의 계좌사용내역과 같은 상세정보를 조회해 준 것이 화근이었다. 계좌 소유주인 이씨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
이씨는 우리은행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고 판단, 강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해명은 들을 수 없었다.
이씨는 "법적으로만 아버지인 A씨가 (나의) 주민번호만 (은행 창구에서) 밝혔을 뿐인데 (우리은행은) 세세한 개인정보까지 (A씨에게) 다 알려 줬다"며 "우리은행에는 본인확인 시스템이 없는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비난했다.
그는 이어 "금융감독원에 (우리은행의 금융실명제법 위반사실을) 신고하면 정보를 요청한 A씨에게도 과실을 물을 수 밖에 없다고 우리은행 직원이 협박했다"며 "아버지와 수년간 따로 살았다는 것을 약점 삼아 (우리은행이) 고발을 막으려 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우리은행 측은 고개를 숙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본인확인절차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추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사건은 원만한 해결 과정을 진행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 명백한 법 위반, 처벌은 '솜방망이'
금융실명제는 금융기관이 본인 외에 타인에게 금융거래자료 또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누설할 수 없도록 적시하고 있다.
법원의 제출명령 또는 수사기관의 법령이 있을 경우나 본인의 정보제공동의서가 있을 때는 예외다.
우리은행이 금융실명제를 정면으로 위반한 셈이다. 이씨 본인의 정보제공동의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금융거래내역을 A씨에게 유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법 상 우리은행에 대한 처벌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의 '개인신용정보 관리보호 모범규준'에 따르면 개인신용정보의 관리 및 보호의 최종적인 책임은 정기적으로 내부통제를 하지 못한 이사회에까지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금융기관 차원의 다량의 정보유출로 규모가 큰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만 해당된다. 이씨처럼 개인적인 피해는 금융실명제 위반에 따라 담당직원에 대한 과태료 부과처분이 전부인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사람에 대해, 고의∙과실 여부에 따라 과태료가 차등 부과된다"며 "피해자는 손해를 입었을 경우 금전적∙정신적 피해배상을 따로 청구할 순 있지만 (과태료 외에) 따로 징계하거나 처벌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유사사고 재발개연성을 배경에 둔 우리은행에 대한 불신기류가 감지됐다.
직장인 차모씨는 "확인절차도 없이 쉽게 개인금융정보가 손 쉽게 나간 마당에 또 다시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주부 진모씨도 "주민번호 하나만으로 개인금융정보가 술술 빠져나갔다면 알려진 것 말고도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며 "재발 방지를 위해 보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