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에도 없는 '의무사용기간'을 자체적으로 3개월로 지정, 휴대전화를 분실한 경우에도 해당 기간 동안 '기본료'를 받아 챙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각 이동통신사들은 하나같이 대리점들의 비상식적 영업행태에 초점을 맞춘 뒤 책임선상에서 한발 물러섰다. 관리감독 책임에 소홀했다는 비난은 면키 어려워 보인다.
◆ "3개월 간 사용하지 않는 휴대전화 요금 냈다"
#사례 1= 집안사정으로 미뤄졌던 유학 길에 갑작스럽게 오르게 된 대학생 최모씨.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얼마 전 2년 약정에 공짜로 산 핸드폰이 속을 썩혔다.
해지를 위해 대리점을 방문했지만 신규가입 후 3개월 의무사용기간이 있다는 이유로 해지신청을 거부 당한 것. 결국 최씨는 가장 저렴한 요금제로 변경한 한 후 유학을 떠났고 의무사용기간을 채운 후에야 국내에 있는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해지할 수 있었다.
최씨는 "2년 약정에 대한 위약금도 지불하고 3개월간 사용하지도 않았던 이동통신 요금까지도 고스란히 낸 꼴"이라며 분을 삭히지 못했다.
#사례 2= 최근 구입한 핸드폰을 분실한 회사원 배모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배씨는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새 핸드폰을 구매하려고 해지를 요청했지만 대리점 측에선 3개월 의무사용기간 때문에 해지가 불가능하다고 답해왔다. 결국 배씨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임대폰을 사용하며 3개월을 채울 수 밖에 없었다.
배씨는 "3개월 의무사용기간에 대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 몇 차례 항의 했지만 결국 안된다는 대답만 돌아왔다"며 "약정기간 따로 의무사용기간 따로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앞서 언급한 피해사례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싶어도 '3개월 의무가입기간'에 발목을 잡혀 해지는 물론 일시 정지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3개월 의무가입기간에는 일시 정지가 아닌 '실사용기간'만 포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가입자는 사용기간에 제한 없이 언제든지 원하는 때에 이동통신을 해지를 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사의 이용약관에서도 '고객의 해지신청을 접수한 모든 지점(고객센터) 및 대리점에서 해지처리를 완료해야 하며 의무 사용기간을 설정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3개월 의무사용기간'이라는 항목자체가 아예 없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용약관에 의무 사용기간을 둘 수 없게 돼 있다"며 "이동통신 대리점들이 해지를 거부하는 것은 모두 약관에 위배되는 것으로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 관계자 역시 "대리점에서 가입해지는 기간에 관계없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 대리점 해지 거부 시, 고객센터로 문의
이렇듯 해지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있지도 않은 '신규가입 후 3개월 실사용 의무기간'으로 인한 피해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한 이동통신 대리점 관계자는 "가입자의 통신 이용금액의 몇%를 수익으로 가져가는 대리점의 수익구조 때문"이라며 "가입한지 얼마 안된 고객들이 해지를 할 경우 대리점들이 수익을 뽑지 못하고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3개월 이내에 가입자가 해지할 경우 통신사로부터 받은 수당을 돌려주거나 벌점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이 해지 시 대리점이 더 이상 이동전화사업자로부터 그 고객의 발생요금에 대해 매월 지급하는 수수료를 지급받을 수 없어 일부 해지를 거부하는 대리점이 있다"고 밝혔다.
일부 대리점들의 '이기주의식' 횡포에 관련 지식이 없는 일반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런 경우 이동전화 사업자의 고객센터로 전화하면 해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