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경품전쟁' 소비자부담 'U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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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경품전쟁' 소비자부담 'U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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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자동차 등 '출혈' 릴레이… 제품가 상승 부추겨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롯데, 신세계, 현대로 압축되는 백화점 업계가 최근 경쟁적으로 고가의 경품을 내걸고 고객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파트를 비롯 비행자동차, 귀금속, 유명 미술작가의 작품 등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미끼'들이 줄지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의전차량까지 나왔다.

 

하지만 '수혜자'인 소비자들 입장에서 반갑지만은 않다. 마케팅비용 상승에 따른 제품가격 인상 우려가 찜찜하다. 유통업계 내에서 조차 자조 섞인 의견이 나올 정도다.

 

◆ '' ''… ''소리나는 경품들

 

불을 당긴 쪽은 롯데백화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롯데쇼핑 창립 31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세계 최초로 비행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미국 테라후지아사가 만든 '트랜지션'으로 제품가는 24000만원에 달했다. 1개월 간 고객들을 대상으로 응모행사를 벌였으며 150만명의 방문고객이 접수를 마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롯데백화점은 여기에 5.6kg의 황금거북이와 분양가 45000만원 상당의 롯데캐슬 아파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경품행사도 병행했다. 그야말로 '' 소리가 난다.

 

신세계 백화점도 지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본점 개점 80주년을 명목으로 순금으로 만든 기념카드 총 800돈을 고객 80명에게 주는 것으로 '맞불'을 놨다. 응모 고객 가운데 추첨을 통해 1등 당첨자 1명에게는 순금 카드(10) 1000만원권 신세계 기프트 카드 등을 제공하는 행사도 추가했다. 오는 14일 까지 진행되며 역시 '' 소리가 난다.

 

'백미'는 현대백화점이다.

 

이 업체는 창사 39주년을 기념해 21일까지 '그레이트(Great) 라이프스타일' 경품행사를 진행한다. G20 정상회의 의전차량인 현대자동차의 '에쿠스 리무진 VL500 프리스티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의 유명 예술가인 앤디 워홀의 작품 '문 익스플로어(Moon Explore)', 1억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 세계일주 여행패키지도 경품에 포함됐다. '' 소리는 빠지지 않는다.

 

백화점들은 물론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방문고객수 대비 매출액상승이 정비례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정승인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이 "주변에서 접하기 힘든 상품을 경품으로 내걸어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됐다"고 대내외적으로 밝힐 정도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롯데캐슬 아파트를 경품으로 내걸어 무려 280만명에 달하는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는 저력을 발휘한 바 있다. '출혈식' 마케팅 행보의 전주곡이자 업체들 간 '도미노식' 경품경쟁의 '불씨'였다.

 

이 같은 상황이 실현 가능한 데에는 정부의 규제완화가 한몫 했다.

 

◆ "마케팅비용으로 빠져나간 돈을 어떻게…"

 

공정거래위원회는 거래가액의 10% 초과해 경품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경품류가액이 5000 이하인 경우 10% 초과가 가능하도록 기존의 제도를 지난해 중반 전격 폐지했다. 기업의 창의적인 마케팅 활동을 촉진하고,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다는 취지에서였다.

 

'배보다 배꼽이 ' 경품들의 등장을 알리는 사실상의 '신호탄'이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그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고가의 경품은 마케팅비용 상승과 직결되고, 제품가격에 고스란히 녹아 드는 순환적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업계의 분석이다.

 

결국 소비자일 수 밖에 없는 유통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조차 '정도가 심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정상이 아니다. 마케팅비용으로 빠져나간 돈을 (각 백화점들이) 어떻게 충당해 나갈지 생각하면 끔찍하다""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가격을 100, 1000원 슬쩍 올려도 소비자들은 체감을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소비자들이 각자 지갑에서 돈을 꺼내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대규모 도박을 하는 것에 (경품행사가)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대학생 정모씨는 "혹시나 내가 당첨될까 싶어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백화점 경품행사에 응모를 해왔다""이로 인해 앞으로 보다 많은 비용을 제품구매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속았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박모씨는 "돈을 쓰지 않고 모아만 둔다면 시장경제가 활성화 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겠느냐""적절한 소비를 촉진시킨다는 측면에서 꼭 고가의 경품행사가 나쁘지 만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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