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한 여름 태양빛 속 노출의 계절은 끝났지만 제모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한파와 더불어 뒤늦게 고개를 들고 있다.
한번 발생한 피부 트러블의 치료에 장시간이 소요되면서 관련한 피해사례가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옥시레킷벤키저가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제모제 Veet(비트)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업체 측의 입장에도 피해 소비자들의 불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 제모제 썼다가 '화들짝', 얼룩덜룩 색소침착
대학생 이모씨는 지난 여름, 미니스커트에 각선미를 뽐내기 위해 비트 왁스스트립 제모제를 구매했다. 피부에 붙였다가 떼어내는 방식이었다. 민감성 피부는 아니지만 처음 사용해 보는 것이라 사용서를 꼼꼼히 읽어 본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씨는 여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맨다리를 내 놓을 수가 없다. 제품을 사용하던 중 부착부위의 털과 피부조직이 함께 떨어져나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상처부위는 색소침착까지 더해져 흉하게 얼룩덜룩해졌다.
이씨는 "시중에도 잘 알려진 모델이라 믿고 사용했는데 한숨밖에 안 나온다"며 "(병원에서) 색소침착은 완치가 될지 미지수라고 했다. 워낙 상태가 심각하고 광범위해 레이저 시술도 쉽지 만은 않다더라"라고 병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이어 "앞으로 자외선에 다리가 노출되면 색소침착 부위가 점점 더 까매지기 때문에 계속 바지를 입어야 한다"며 "햇빛을 보면 안 되는 희귀 난치병 환자마냥 사계절 내내 바지만 입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회사원인 정모씨는 왁스제품이 아닌 같은 회사 크림형 제품을 사용한 후 피해를 본 사례에 속한다.
평소 다리에 난 털이 콤플렉스였던 정씨는 이 제품을 10통 정도 사용한 마니아였다. 사용하는 내내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씨는 이 크림을 다리부위에 발랐다가 화들짝 놀랐다.
바르자마자 갑자기 화끈거리고 따가운 증상이 나타난 탓이다. 놀란 마음에 얼른 씻어 냈지만 다리에는 정체 불명의 붉은 반점들이 올라와 있었다.
정씨는 "너무 따갑고 아파서 씻어 내고 보니 살이 녹아 있었다"며 "물만 닿아도 너무 따가워 휴가 때 물놀이 못한 것은 물론 샤워할 때도 조심스럽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면도기나 레이저보다 상대적으로 사용이 간편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제모제를 사용했다가 오히려 치료비도 많이 들고 흉만 남았다"며 "그때 당시 나타났던 반점들은 사라졌지만 흉터들이 남아 보기 흉하다"고 속상해 했다.
◆ 업체 측 "사용 전, 테스트 필수"
앞서 언급한 부작용 사례들은 온라인을 통해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지만 업체 측은 제품에는 이상이 없다는 식의 주장만을 늘어놨다.
옥시레킷벤키저 관계자는 "피부마다 상태가 달라 사용 전 작은 부위에 테스트 해보고 사용하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몇몇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켜지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며 소비자 들의 사용상 부주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외부 자극에 민감하거나 건조한 상태, 햇빛에 그을려 이미 자극을 받은 피부 등 피부컨디션이 개개인 마다 다르고 호르몬 상태나 여러 환경적인 요인들이 모두 영향을 끼친다"며 "제품이 자극적이라는 말은 상대적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부작용 사례가 신고되면 경미한 트러블은 치료비를 지급하고 전문적 장기치료가 필요할 경우 역시 치료를 돕고 보험회사에 의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피해보상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며 제품 사용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적지 않음을 내비쳤다.
제품사용에 따른 후유증 개연성을 축소 '오류분석'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소비자는 "이 제품에 대한 부작용은 이미 여성들 사이에선 꽤 유명하다"고 전하며 "제품이 너무 독한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소비자도 "부작용이 없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부작용을 겪는 사례가 꽤 있다는 것은 제품 자체를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한번 상처를 입으면 치유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피부와 관련된 제품인 만큼 안정성도 보장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