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뿐만이 아니었다. 어떤 경우는 통화마저 갑작스레 끊기기도 했다. '기기고장'이라고 여긴 최씨는 제조사 A/S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기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불안한 통신환경 탓 이라고 생각을 바꾼 최씨는 통신사에 연락을 취했다. 통신사 역시 제조사와 마찬가지 태도를 보였다. 제공하고 있는 회선에는 하자가 없다는 것.
최씨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이 겪은 이상증상을 설명했다.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자신과 같은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최씨는 "만든 쪽(스마트폰 제조사)도, 회선을 제공하는 쪽(통신사)도 모두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며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봉' 취급하는 느낌"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 무선트래픽 수요 급증이 원인?
지난 9월 아이폰4 출시를 기점으로 국내 휴대전화 업계에 스마트폰 열풍이 거세다. 美 애플사가 주도하는 형국 속에서 국내 스마트폰 제조 '삼총사'인 삼성전자, 팬택, LG전자도 각각 다양한 제품 군을 선보이며 막강한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초창기 휴대전화 모델에서나 볼 수 있었던 '통화품질' 불만이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 최근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불안정한 인터넷 환경까지도 포괄하고 있어 스마트폰 존재의미를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관련 업계 역시 이 같은 현상을 인지, 내부적으로 원인규명에 착수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바꿔 말해, 문제를 일으킨 근본 원인이 미궁에 빠져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조심스럽게나마 사용자 순간폭증에 따른 트래픽증가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 통화나 인터넷 이용 시 '끊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무선트래픽 수요 급증이 원인인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를 해소키 위해 SKT, KT, LG유플러스 등의 통신사가 무선망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부연이다. 통신사들의 '출혈식'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도입이 배경에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사용자 대비 시설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는 '잠정결론'인 셈이다.
코너에 몰린 통신업계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기기하자' 개연성을 지목했다.
A 통신업체 관계자는 "3세대(3G)망을 사용하는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가 4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며 "기지국이 부족하다던지, 사용자가 폭증해 과부하가 걸려 통신장애가 발생됐다면 이들 사용자 상당수가 불편을 겪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 업체 관계자는 "'먹통'이 되는 스마트폰은 일부 제품에만 특히 한정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전파는 기기를 가리지 않는다. 휴대전화 '기기하자'라고 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제조사측 입장은 달랐다.
◆ "기기하자" "데이터량폭증" 대립각
C 제조사 관계자는 "기기문제가 아니다"라며 "만약 기기문제라면 기본구조가 흡사한 스마트폰 전체에서 오작동이 발생돼야 하는데 그런 보고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사용자가 증가해 데이터량이 순식간에 폭증하면 '먹통' 현상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인터넷의 경우 여기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에 (통신사들이) '100% 우리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D제조사 관계자는 "무분별하게 설치되는 애플리케이션(앱)이 범인일 수 있다"며 "앱을 많이 깔다 보면 OS와 충돌을 일으켜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사용상 부주의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진위여부가 '진흙탕' 속으로 빠져든 사이 당장 피해의 범주 내에 있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직장인 채모씨는 "G20 국내 개최를 앞두고 세계의 눈과 귀가 모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런 논란이 빚어져 창피하다"며 "정부 주도하에 과감한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통신시장에 사상 유례없는 '네탓설전' 앞에 'IT 강국'이라는 수식어는 점차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