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15 광복절 경축식에 맞춰 원형 복원된 광화문의 현판에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9월 집중호우로 인해 광화문 일대가 물에 잠기는 수모를 당한바 있는 서울시가 불과 2개월 만에 같은 장소에서 망신을 당하고 있는 모양새다.
문화재청이 광화문 복원을 주도했다고는 하나 서울시는 복원 당시 광화문 일대를 '랜드마크' 급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한 바 있다. 오 시장의 체면이 단단히 구겨졌다는 얘기다.
◆ "광화문 현판 복원, '날림' 진행"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최문순 의원(민주당)은 3일 "광화문 현판 사진을 보면 현판의 오른쪽 '광(光)'자 옆 위아래로 길게 균열이 이어져 있는 상태"라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실제 광화문 현판 '光'자의 왼쪽 부분에 세로로 길게 금이 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 의원은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기를 거치며 수 차례 복원됐던 광화문 현판을 (이번에) 145년 전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며 "국민적 관심과 기대 속에 복원된 현판이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심하게 손상됐다는 점은 그간의 복원 과정이 얼마나 날림으로 진행됐는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복원을 담당한 쪽은 문화재청이나 비난의 화살은 되려 서울시에 모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서울도심 한복판이자 대한민국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광화문이 지난 9월 집중호우 속에서 맥없이 침수된 상황과 중첩되는 까닭에서다.
더욱이 서울시는 광화문 복원 당시 "광화문과 광화문광장으로 이어지는 역사문화축이 서울의 역사문화의 심장부가 될 수 있도록 이 일대를 우리 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담은 명소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여기에 보태 서울시는 "일제의 우리 문화·역사 말살 이후 자동차에 자리를 내 줬던 조선시대 육조거리가 사람중심의 '광화문광장'으로 시민 품에 돌아왔다"며 "광화문이 제 모습을 되찾으면서 우리 민족의 국가 상징축이 100여년 만에 제대로 회복되게 됐다"고 큰 의미를 부여하기까지 했다.
그런 가운데 광화문 현판 균열 소식이 전해진 것이어서 오 시장의 입장은 '매우' 난처해 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광화문 복원과 관련된 모든 사항은 문화재청이 주도했다"며 "문화재청으로 확인해야 할 사안인 것 같다"고 극도로 말을 아꼈다.
◆ 국내산 소나무가 원인?…"서울시 관리감독 부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건조수축에 의한 균열'이 발생돼 현판을 이루는 기둥이 갈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전통목재인 '황장목'(금강소나무)을 사용한 것이 원인"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광화문 현판은 9조각의 황장목으로 이어져 있다"며 "목재 내부의 수분이 빠져 나와 이번 사고를 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산 목재를 쓰면 균열현상이 안 생긴다는 (현판) 제조업자의 주문이 있었지만 우리 고유의 문화재를 복원하는데 수입목재를 쓸 수는 없다는 결론을 (문화재청이) 내렸다"며 "이번 갈라짐 현상이 있을 것으로 어느 정도는 예상됐다"고 덧붙였다.
향후 보강작업을 거치면 두 번 다시 같은 사고는 발생되지 않는다는 부연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냉소가 쏟아져 나왔다.
대학생 이모씨는 "갈라진 현판을 봤다. (국보1호) 남대문이 전소되던 기억과 겹쳐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새로 지은 집의 문패가 갈라지고, 이를 손님들이 봤다고 생각하니 창피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장모씨는 "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업자가 우리 집에 들어와 리모델링 공사를 한다고 해서 집 주인이 관심을 끄지는 않지 않느냐"며 "서울시의 관리감독 부실이 낳은 '망신'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