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현대카드, KB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등 국내 주요 카드회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초과승인 한도'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고객의 카드사용한도가 초과하더라도 일정 금액까지 '자동' 승인해주는 것으로, 예상치 못한 과다지출과 같은 소비자 피해 개연성이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각 카드사들은 '소비자 편의'를 위한 제도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전 동의나 안내 절차 작업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드러나 수익향상을 위한 '꼼수'라는 의혹이 소비자들 사이에 고개를 들고 있다.
◆ 나도 모르는 사이 카드한도 40만원 초과?
신한카드와 외환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김모씨는 과도한 카드 결제를 사전에 막기 위해 모든 신용카드의 이용한도를 1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한 채 사용해왔다.
그러던 중 김씨는 최근 카드를 이용해 개인용품을 다수 장만했다. 과거에 비해 사용금액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한도 초과' 오류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김씨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카드사용내역서를 확인한 김씨는 깜작 놀랐다. 설정돼 있는 카드 한도액보다 수 십 만원이 이미 초과 사용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두 카드 모두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각 카드사 고객센터 측에 문의했고 '초과승인 한도'제도가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객의 동의 없이도 은행이나 카드사가 정하는 일정비율까지 초과승인이 가능하게끔 설정이 돼 있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카드사용액수가 늘어난 상황 앞에 김씨는 황당할 수 밖에 없었다.
김씨는 "연체실적이 없고 이용한도가 높은 고객은 최대 500만원 까지도 초과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기가 막혔다"며 "고객이 불만을 제기할 경우에만 '거부' 등록을 해준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용한도'가 왜 정해져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10월 현재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 제8조에 따르면 회원의 이용편의를 위해 카드사가 정하는 이용한도의 일정비율까지는 회원의 '결제승인요청'을 일시적으로 한도를 상향해 달라는 요청으로 보고 자동초과를 승인할 수 있다.
본보 확인 결과 국내 주요 카드회사 모두 고객 신용도에 따른 '초과승인 한도'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용자 스스로 업체 고객센터에 문의하거나 신용카드 표준약관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는 이상 이러한 사실을 알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초과승인 한도'를 받을 수 있는 대상자 여부는 물론, 초과승인이 이뤄졌다는 사실도 카드 이용대금 명세서를 받아 본 후에야 알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각 카드사들은 사용자들의 결제편의를 높이기 위해 운영하는 제도라고 입을 모았다.
◆ "소비자 불편 해소하기 위한 제도"
신한카드 관계자는 "카드 이용한도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소액이 초과돼 결제를 못했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며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신용도가 높은 고객에게는 한도보다 소액이 초과되더라도 결제를 승인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카드 관계자는 "대부분의 카드사용자들이 자신의 카드한도와 지출 범위를 고려해 소비생활을 하고 있다"며 "때문에 초과승인 한도로 인해 과다지출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 타 업체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초과승인 한도' 여부를 사용자들이 인지하기 쉽지 않다는 것.
신한카드의 경우 카드결제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확인하는 고객에게 '초과한도 승인' 메시지를 발송하지만 나머지 업체 들은 관련 안내가 전무한 실정이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초과승인 한도'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다는 불만과 함께 카드사들이 수익 올리기에만 급급하다는 식의 '부정론'이 나왔다. '편의성'에 주안점을 둔 '긍정론'도 적지 않다.
직장인 A씨는 "카드 한도를 몇 만원 초과했다는 이유로 당장 필요한 결제를 못하게 되는 것보다 '편의성'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는 서비스"라면서도 "다만 이러한 제도 자체를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하고 카드를 사용할 경우 대금 결제 시 당황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는 "사전 안내 없이 초과한도 결제를 승인한다는 것은 사용자가 카드 한도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쓰게끔 하기 위한 상술로 보인다"며 "사용실적이 한 건이라도 더 있으면 가맹점 수수료 등을 비롯한 카드사들의 '수익'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