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보상을 요구하니 증권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약관을 들이밀면서……"
지난 1999년 6월 동부화재의 '장기종합프로미건강보험' 상품에 가입한 김모씨는 올해 들어 건강에 급격한 이상이 생겼다. 당뇨였다. 병원에 입원할 만큼 김씨의 상황은 악화됐다.
장시간에 걸친 치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차도는 보이지 않았다. 입원 일수는 어느새 90일을 넘겼다. 김씨는 동부화재에 연락을 취해 계약서 상에 나온 보험금을 요구했다. 91일째 계속 입원하는 경우 '간병비' 200만원이 지급되는 항목이 있었다.
동부화재는 해당 금액을 순순히 지급했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으나 김씨의 입원일수가 120일을 넘기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 "증권과 약관의 글자수가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닌데…"
121일째 계속 입원하는 경우 400만원이 지급된다는 보험가입 당시 동부화재 측의 설명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 지급금액은 200만원에 불과했다. 200만원의 금액차가 발생된 것이다.
김씨는 소유하고 있던 '보험증권'을 확인했다. 역시 400만원 지급에 대한 항목이 눈에 띄었다. 김씨는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동부화재 측 관계자 A씨는 뜻밖의 답변을 내놨다. 가입자가 소유하고 있는 증권의 내용과 약관의 내용이 다르다는 설명이었다.
A씨는 "약관에 표기된 내용이 맞다"며 "121일의 입원일수를 채우는 경우 (91일 입원일에 지급한 200만원에 이어) 2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객에게 발급된 증권에 있는 내용은 약관의 내용을 짧게 적다 보니 그렇게(내용이 다르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91일에 200만원지급, 121일에 400만원지급, 181일에 1000만원지급'이라는 증권의 안내문이 약관에는 '91일에 200만원지급 121일에 200만원추가지급, 181일에 600만원추가지급'으로 바뀌어있었다.
이를 납득할 수 없었던 김씨는 "증권과 약관의 글자수가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금액자체가 다르게 표기돼 있다. 상식에 어긋난다"고 A씨에게 재차 따져 물었다.
이에 A씨는 자신이 동부화재에 입사하기 이전의 보험상품이라는 이유로 증권약과 약관의 내용이 다른 이유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김씨는 "보험을 팔아먹을 때는 약관 이라는 것에 대한 언급 전혀 없이 증권만 보여주면서 상품을 설명했다"며 "정작 보상요구를 하니 증권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약관을 들이밀었다. 동부화재의 더러운 영업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한 본보의 진위여부 파악 요구에 동부화재 측은 '오해'에 힘을 실었다.
◆ "가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렇게…"(?)
이 회사 관계자는 "보험증권에는 가입금액이 표기되는 경우도 있고 보상한도액이 표기되는 경우도 있다"며 "김씨의 증권에는 (가입 당시) 보상한도액이 표시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김씨 증권에 적시된 '91일에 200만원지급, 121일에 400만원지급'은 '200만원+400만원'이 아닌 '200만원+200만원'의 의미라는 부연이다. 즉 김씨처럼 121일을 넘겨 입원해 있는 상품가입자는 누적합산 4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병원 입원일수에 따라 김씨가 지급받을 수 있는 최대 비용은 181일을 넘겼다고 가정했을 때 최대 1000만원으로 한정돼 있는 셈이다.
그러나 증권과 약관의 표기가 엇갈린 이유에 대해서는 "입원일 181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증권이나 약관 모두 10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은 같지 않느냐"고 되물은 뒤 "가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렇게(증권과 약관의 내용을 달리 표기) 한 것"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웠다.
김씨의 주장대로 상품 가입과정에서 증권을 통한 안내를 받았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1600만원 보장'으로 인식하거나 오해할 수 밖에 없다. 이른바 '뻥튀기식' 판매방식의 범주에 속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래된 상품에서 발생한 문제라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최근에는 거의 발생되지 않는 문제로, 약관내용이 변경돼 증권에 적용된 경우 가입자에게 철저히 설명을 했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미진했을 수도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동부화재에 대한 힐난이 터져 나왔다.
직장인 채모씨는 "증권과 약관의 내용이 상식적으로 다를 수 있는 것이냐"며 "더욱이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는 측면에서 업체 측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