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량부족으로 인해 KT는 아이폰4 개통을 최근 중단한 상태이나 해당기기 200여대가 '특판' 형식으로 버젓이 판매 및 개통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수요층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KT측은 공식적 답변을 회피해 의혹의 불씨만이 커지고 있다.
◆ "이렇게 마구 판매 및 개통해도 되는 것이냐"
아이폰4 구매를 앞두고 있는 직장인 A씨(대기순번 38차)는 6일 오후 점심식사를 끝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던 중 회사건물 로비에서 아이폰4가 판매중인 것을 목격했다.
A씨는 단순 판촉행사일 것이라 여겼다. 물량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달 말부터 KT가 개통날짜를 연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을 직접 확인한 A씨는 황당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폰4 16기가바이트(GB) 짜리가 실제 판매되고 있었던 것. A씨를 더욱 놀라게 한 사실은 구입 후 다음날 바로 개통이 된다는 KT측 판매직원 B씨의 설명이었다.
A씨는 "물량이 부족하다면서 이 곳에서 이렇게 마구 판매 및 개통해도 되는 것이냐"고 B씨에게 따져 물었다.
B씨는 "취소된 예약물량을 (A씨가 다니는) 회사와 협의해 특별판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KT는 아이폰4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로 인해 시중은행들이 현장에서 사용하는 일종의 대기표인 '차수'를 구매 예정자들에게 부여한 상태다.
6일 현재 아이폰4 16GB모델은 1차~38차까지, 아이폰32GB모델은 33차까지 각각 개통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통이 완료된 차수와 불과 한 단계 차수라 할 지라도 경우에 따라 수 주일을 허비할 수도 있다. 기기 수급사정이 여의치 않은 데다가 불규칙한 탓이다.
여전히 자신의 차수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A씨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수 밖에 없다.
A씨는 "앞선 차수의 예약자가 (아이폰4 구입) 취소를 했으면 그 다음 차수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기기를 넘겨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물량이 없어 개통을 못한다는 KT가 중간에서 물량을 빼내 이런 식으로 팔아도 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A씨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KT는 우선 아이폰4의 물량관리 및 유통, 개통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량없음'에 이은 '개통불가'를 공식적으로 밝힌 KT나 본사도 모르는 사이 무려 200여대의 새 기기가 쏟아져 나왔다. 일상적인 개통작업 역시 표면적으로는 걸림돌이 없어 보인다.
대기수요자들을 포함한 소비자들의 강도 높은 반발 역시 예정된 수순이다.
◆ A가 말한 '업체'는 어디? "확인 중"
인터넷에 개설된 복수의 아이폰 사용자 동호회에는 실시간으로 아이폰4 발송차수에 대한 질문이 줄을 잇고 있다.
아이폰4 주변기기를 미리 구입해 놨다는 사연에서부터 앞서 개통한 사용자들에 대한 부러움을 담은 글까지 그야말로 '대기홍수'다. 그런 가운데 차수를 무시한 KT측의 기기지급 소식은 손꼽아 구매를 기다리고 있던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힘이 빠지는 대목이다.
KT 측은 사실관계 여부를 묻는 본보의 취재에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수시간이 지난 이후에야 KT 관계자는 "'업체' 측을 통해 (아이폰4 판매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업체'란 A씨가 다니는 회사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을 포함해 알아보고 있다"고 두루뭉술한 답변을 남긴 채 연락을 끊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KT의 행태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직장인 장모씨는 "대기업인 KT가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며 "처음부터 '차수'를 발송하지 않고 무작위로 (아이폰4를) 판매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대학생 정모씨는 "주변에 아이폰4를 기다리는 친구들이 많다"며 "이 사실(A씨 제보내용)을 알게 된다면 당장 KT 본사로 달려가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