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비자원의 공조 정황이 엿보이는 구체적 물증들이 제시돼 진행중인 경찰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코너에 몰린 소비자원 측은 경찰 수사결과가 최종적으로 도출된 이후에나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검토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검찰수사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 소비자원 '국외여행허가추천서' 사후 조작 의혹
소비자원에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공익요원으로 근무했던 전모씨가 소비자원 일부 직원들에게 성접대를 포함한 향응과 금품을 제공하고 근무지 이탈 및 무단결근을 했다는 내용의 고발이 지난 8월 일부 언론에 접수됐다.
이후 서울 서초경찰서는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으며 10월 현재 사실관계를 상당부분 입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1987년 설립된 소비자원 입장에서는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게 된 셈이다.
문제는 '개인대 개인'의 단순 비리차원을 넘어 '개인대 조직'간의 비리로 사건이 확산일로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정무위소속 김정 의원(미래희망연대)이 5일 공개한 소비자원 내부자료에 따르면 소비자원은 전씨에 대한 총 16회의 국외여행허가추천서 가운데 11회의 서류만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2008년 1월3일~13일까지 허가된 전씨의 국외여행허가추천서는 병무청의 그것과 여행일자 및 발급날짜가 서로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사후 조작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전씨가 당시 소비자원에 제출한 병가 증빙서류 곳곳에서도 미심쩍은 흔적이 발견됐다.
2007년 2월 13일에 발급된 삼성서울병원의 진단서는 전씨가 양안고도근시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날짜에 전씨는 진료를 받지 않았다고 김의원은 밝혔다.
더구나 이 진단서는 같은 달 2월 20일~28일, 3월 2일~9일 까지 총 13일간 병가를 입증하기 위한 증빙서류로 제출됐다. 소비자원이 '허위자료'를 근거로 무려 13일에 걸친 병가를 허가했다는 얘기다.
전씨의 국외여행 16회 중 11건은 눈 수술 및 안구치료가 목적이었다. 그러나 전씨가 제출한 중국 청도병원(중국홍십자청도의원)의 진단서는 단 한 건 뿐이었으며 의사 이름은 물론 병원 직인도 찍히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원의 조직적 내부 묵인 없이는 전씨에 대한 휴가승인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의 최종수사결과가 발표되기 이전이나 소비자원 고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접대와 금품제공 등 전씨의 광범위한 로비가 고발내용과 같이 실행됐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추측된다.
김 의원은 "이번 사건은 단순히 공익근무요원에 대한 관리부실 차원이 아닌 소비자원의 총체적인 비리라고 할 수 있다"며 "소비자원이 공익요원 한 사람의 사기행각에 놀아난 것도 모자라 방조 또는 공조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또한 "이처럼 엄청난 비리가 드러났음에도 (소비자원이) 지금껏 관련자에 대해 아무런 문책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놀랍다"며 "소비자원의 근거자료가 모두 믿을 수 없게 된 만큼 검찰에 관련 사건을 넘겨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원 관계자는 "서초 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나 (김의원의 주장에 대해) 사실확인은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소비자원이 잘못한 것으로 수사 결과가 나온다면 내부적으로 (관련자들에 대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몇몇 직원들의 경우 부서를 옮겨 재직 중"이라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국가출연기관인 소비자원이 사상 초유의 내부비리의혹 앞에 고개를 떨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