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 스며든 일본 보이콧…토종 맥주·호텔·의류 '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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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 스며든 일본 보이콧…토종 맥주·호텔·의류 '방긋'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10월 07일 0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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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뜨고 일본 맥주 졌다…의류업계는 겨울 대목이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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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일본 불매운동의 불씨가 3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초반처럼 강렬하지는 않더라도 여행, 식음료, 의류 등 굵직한 분야에서 '대체재'를 스스로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등 잔불이 여전하다. 특히 성수기였던 지난 여름부터 추석 연휴에는 국내 여행업계가 반사이익을 봤다. 이 같은 추세라면 대목인 겨울 시즌에도 국내 의류 업계가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7월 1주차부터 9월 2주차까지 소셜미디어(SNS) 상에서 일본제품 불매 관련 게시글은 88만2388건에 달했다. 포털뉴스 댓글, 온라인 기사까지 합치면 100만건 이상이다.

7월 4주차에 정점을 찍은 언급량은 점차 하락세를 보였지만 9월 2주차에는 소폭 반등해 불씨가 꺼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대로 라면 불매운동이 장기화할 것으로 닐슨은 내다봤다.

이는 지난 여름부터 추석 연휴까지 여행 성수기 시즌 국내 호텔 객실 점유율과 관광 상품 이용률만 살펴봐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내 주요지역의 1~5성급 관광호텔 2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월 객실이용률이 일제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객실이용률은 79.9%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 상승했다. 특히 5성급 특급호텔이 84.8%, 4성급 호텔이 83%로 전년대비 각각 5.8%, 3.6% 늘어난 점에서 미뤄 내국인들의 호캉스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사정은 관광업계도 마찬가지다. 하나투어에서는 전년동월대비 일본여행 수요가 8월 76.9%, 9월 75.4% 줄어들었다. 모두투어의 경우 8월 83.3%에 이어 9월 90.8%의 감소세가 이어졌다.

9월 부산과 일본 대마도·후쿠오카·시모노세키·오사카를 오가는 국제여객선 승객은 2만1277명으로 전년동월(10만7664명)과 비교해 80.2%나 줄었다. 일본 지방 소도시에서는 이러다가 줄도산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하다.

불매운동의 직격타를 맞은 분야는 10년간 부동의 1위를 지키던 일본 맥주다.

'아사히' '기린' '산토리' 등 일본 맥주 브랜드들은 편의점 '4캔 1만원' 정책의 수혜자로 2009년 1월부터 수입액 1위를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 벨기에, 미국에 이어 3위로 떨어지더니 8월에는 13위까지 추락했다. 8월 수입액은 22만3000달러로 전년동월(756만6000달러)과 비교하면 3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현재 하이트진로가 맥주 신제품 '테라'의 인지도 상승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오비맥주도 성수기 할인에 도입하며 빈자리 메우기에 나섰다. 롯데주류의 경우 일본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해 농사를 책임지는 가을·겨울(FW) 시즌을 앞두고 일본계 패션 브랜드들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유니클로의 경우 히트텍, 경량 패딩, 플리스 재킷 등이 대표적인 효자 상품이다. 할인 프로모션인 '감사제' 시즌이면 없어서 못 사는 제품이었다. 하지만 불매운동 여파로 소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틈을 신성통상의 탑텐, 이랜드월드의 스파오 등 토종 브랜드들이 메우고 있다.

데상트, 르꼬끄, 엄브로 등 겨울 아웃도어 의류에 특화된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데상트코리아의 경우 한국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전 연령대가 공감한 일본 불매운동 영향으로 직접적인 매출도 줄었지만 반감을 살 것을 우려해 광고나 이벤트 등 마케팅에 주력하지 못한 점도 뼈아플 것"이라며 "국내 브랜드들도 여세를 몰아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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