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판매중인 美 애플사의 아이폰이 '성인싸이트'라는 암초에 걸려 울상을 짓고 있다.
'아이폰 전용'이라는 수식어가 달린 일부 성인싸이트들이 버젓이 온라인을 통해 홍보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포르노와 같은 성인물이 아이폰용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이하 '앱')으로 개발돼 유통되는 것을 막고 있는 애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셈이다.
판권을 쥐고 있는 KT는 올해 안에 아이폰 전용 성인물 차단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뒤늦은' 계획을 내놨다. 이래저래 애플만 답답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 "애플 노력에도 불구하고 '앱'이 아닌 '웹'으로……"
아이폰 사용자인 A씨는 최근 한 인터넷 포털싸이트를 검색하다 '기가찬' 스팸성 광고문구를 발견했다. '아이폰 전용' 성인싸이트가 운영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유사사업자 존재여부에 대해 A씨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포르노와 같은 성인동영상을 제공한다는 싸이트가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역시 '아이폰 전용'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4월 중순 공개석상에서 "아이폰 '앱스토어'의 성인물 차단 정책을 꾸준히 유지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것을 알고 있었던 A씨는 입맛이 씁쓸했다.
A씨는 "애플이 (아이폰용) 성인용 앱을 없애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제는 '앱'이 아닌 '웹'(싸이트)을 통해 성인물이 제공되고 있다"며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성인은 물론 청소년들까지 유해물에 노출 될 개연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애플과 KT 양사의 심기는 '매우' 불편한 분위기다. 기업 이미지 훼손에 대한 우려 탓이다.
애플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월 말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Global top 100)' 중 10위 안에 포진한 바 있다. 아이폰과 성인싸이트의 연상작용만으로도 브랜드 가치 및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하다.
'아이폰 판매자' 이면서도 '전파전문가'인 KT의 사전대응 미비가 낳은 악성 부산물이라는 점에서애플의 불만이 상당할 것으로 추측된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웹' 성인싸이트들은 애플의 '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정부나 통신사 차원의 원천적 (성인싸이트) IP 차단조치 외에는 애플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이폰'이라는 말을 그 쪽(성인싸이트)에서 홍보용으로 써서는 안 된다"며 "필요하다면 美 본사에 연락해서 강제적 조치를 취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KT에는 비상이 걸렸다.
우선 상황예측 없이 IP 주소차단과 같은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준비소홀' 지적에 직면했다. 게다가 아이폰 도입 및 판매에만 열을 올려 왔다는 힐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KT관계자는 "아이폰을 담당하는 실무부서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아이폰 이름을 도용한 성인싸이트들을 막을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성인싸이트가 아이폰으로 연결되는 것을 차단하는 인프라를 (KT) 내부에서 준비 중"이라며 "올해 내에 구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폰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KT의 늑장대처를 놓고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A씨는 "아이폰은 이미 국내에서 스마트폰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많이 판매 됐는데 이제 와서 대책을 내놓는 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성인싸이트가 오히려 통신사인 KT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고 비꼬았다.
B씨는 "애플이 사업파트너를 잘 못 만나 고생하고 있는 것 같다"며 "KT의 '민폐'에 얼굴이 다 화끈 거린다"고 비난했다.
KT가 '사면초가'의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 지, 소비자들을 비롯 업계의 눈과 귀는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