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한진家 '며느리 경영' 엇갈린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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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한진家 '며느리 경영' 엇갈린 운명
  • 안은혜 기자 aeh629@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10월 07일 0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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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희생' 현대상선 '회생'…최은영 '회피' 한진해운 '창피'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과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오른쪽)

[컨슈머타임스 안은혜 기자] 국내 양대 해운기업의 희비를 가른 며느리들이 있다.

한쪽은 처절한 '희생'을 통한 기적적 '회생'을 꿈꾸고 있다. 다른 한쪽은 책임을 '회피'하려다 여론으로부터 '창피'를 당하는 등 대내∙외적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전자는 현대상선 전 오너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후자는 한진해운을 이끌었던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다.

◆ 엇갈린 그들의 행보…

현정은 회장은 남편인 故 정몽헌 현대상선 비상임이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지난 2003년 현대그룹 수장이 되면서 현대상선을 맡았다. 최은영 회장은 남편인 故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을 대신해 한진해운 경영권을 이어 받았다.

2010년 이후 글로벌 해운업계의 시황이 악화되면서 양사 공히 경영난에 시달렸다. 나란히 적자로 돌아섰다. 결국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2013년 말 유동성 위기 회복을 위한 자구계획 수립과 실천에 나섰다.

겉으로 비슷하게 보였던 현 회장과 최 회장의 행보는 여기서 갈렸다.

현 회장은 현대증권 등 기존의 그룹 자산을 포기하면서 현대상선을 가까스로 살렸다.

현 회장은 그룹의 자금줄인 현대증권을 포기하고 300억원의 사재를 내놨다. 자신과 그룹 임원들의 거취를 채권단에 맡기기도 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매각과 성공적인 용선료 조정 협상, 출자 전환 등으로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이와 달리 최 회장은 회사가 어려운 순간에도 급여와 배당금 수백억원을 챙겼다. 또 한진해운 자율계약 체결 후 미칠 주식 가치의 손해를 우려해 미공개 정보를 취득해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최 회장의 손을 떠나던 시점에 한진해운은 만신창이가 된 뒤였다. 현재의 한진해운을 위기상황으로 내몬 주범으로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실제 해운업 호황 시절 잘못된 예측으로 고가의 용선계약을 맺은 것은 훗날 한진해운에 빚이 됐다.

결국 최 회장은 2014년 4월 퇴직금 50여억원을 챙기면서 조양호 회장에게 한진해운을 넘겼다. 이때 한진해운의 순손실은 4635억원이었다.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제1의 국적선사 한진해운은 결국 지난 8월 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재계 관계자는 "현 회장과 최 전 회장의 엇갈린 운명은 회사 오너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 '해운 덫'에 걸린 대한항공

부실∙방만 경영으로 몰락한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전체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한진해운 구하기'에 나선 조양호 그룹 회장은 사재 400억원을 출연했다.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지난달 21일 600억원의 자금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대한항공이 자금난에 봉착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조양호 회장을 사면초가에 빠뜨렸다는 점이다.

실제 대한한공은 3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한진해운 추가 자금 지원으로 인해 3억달러(약 3300억원) 규모의 해외 영구 채권 발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진해운 덫'에 걸려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제동이 걸린 것.

대한항공이 연 6% 금리로 발행하려 했던 영구채를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7%대의 금리를 요구하면서 채권 발행을 미뤘고, 부채 감축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신용등급도 하락하게 생겼다.

2014년 한진해운을 인수한 뒤 현재까지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들인 돈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 정통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영구채 발행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도 제동이 걸렸다"며 "대한항공이 실적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한진해운 리스크가 예상보다 길어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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