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주유소에서 주유원의 실수로 경유 차량에 휘발유를 넣었을 때, 소비자가 경유차량이라고 따로 고지를 하지 않고 주유 중에 시동을 끄지 않았다면 소비자에게 얼마나 책임이 있는 것일까?
경유 차량 보급이 확대되면서 주유소에서 경유 차량에 휘발유를 주유해 엔진에 손상을 입는 소비자피해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06년 1월부터 2007년 4월까지 접수된 연료 혼유 사고 관련 소비자 불만 및 피해구제 건수는 총 128건에 달해 전년대비 83.2%나 늘어나 혼유사고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혼유사고와 관련된 불만이 증가됨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경유 차량에 휘발유가 주입되거나 그 반대 경우로 발생하는 혼유 사고에 대해 보험사가 주유소나 주유소 직원에 대해 보상해주도록 배상책임특약에 혼유 사고를 명기하도록 했다. 지난 5월부터 혼유사고 발생 시에 주유소가 가입한 손보사의 보상책임을 규정, 주유소가 차량소유자에게 배상해 준 금액을 손보사가 주유소에게 보상해 주도록 했다.
이와 같이 혼유 사고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보상과 관련한 소비자 민원도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 염 모 씨는 지난 13일 새 차로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 차량을 출고 받은 다음날인 14일 오후 주유소에 들어갔다. 염씨가 주유를 위해 정차시키고 보니 옆이 휘발유 주유기여서 차를 유턴시켜 경유차 주유기 옆으로 세운 후 시동을 켠채로 주유했다.
그런데 주유원이 비용을 결제하고 영수증과 함께 싸인을 받으러 오면서 영수증을 주고 잠시 뒤로 가더니 연료탱크 뚜껑에 쓰여 있는 '디젤'이라는 글씨를 보고 뒤늦게 경유차량이냐고 물었다.
이에 염 씨가 경유차니까 유턴해서 경유차 주유기 앞에서 세우지 않았느냐고 말하자 주유원은 죄송하다며 휘발유를 넣었다고 말했다.
염 씨는 곧바로 주유소 사장을 만나 수리비를 요구하자 보상해주겠다고 말했다. 때마침 일요일이라 정비사업소는 모두 문을 닫았기 때문에 차를 견인해 정비사업소에 접수시키고 렌트한 뒤 귀가했다. 정비소에 접수 시킬 때도 주유소 사장은 전액 수리비를 부담해주고 렌트비용까지 모두 부담하겠다고 말하며 주유원의 실수에 대해 사죄했다.
염 씨는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주유소에서 보험에 가입한 보험사의 보험 심사 담당 직원과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보상금액을 물었더니 보험심사 직원은 "주유당시에 시동을 끄지 않았고 주유원에게 경유차라고 별도의 안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20~30%정도 과실이 있을 수 있다"라고 답했다.
염 씨는 "정비사업소에서 예상견적이 800만원정도 나왔는데 소비자 과실이 있다고 한다면 이중 240만원은 본인이 부담해야 할 수 도 있다고 들었다. 주유 시에 경유차라고 별도로 고지를 하지 않아서 과실이 있다는데 연료탱크 뚜껑에도 디젤이라고 쓰여 있는데도 고객에 과실이 있는 것이냐"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원의 관계자는 "주유 시에 시동을 끄라는 것은 이와 관련된 과실사고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 시동을 끄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것은 주유소와 관련된 법에 따라 운전자가 과태료를 물 수는 있지만, 사례만 두고 봤을 때는 소비자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운전자가 보험사와 주유소를 상대로 민원을 제기한다면 피해구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와같은 혼유 사고 방지를 위해 한국소비자원은 차량을 소지한 소비자들에게 △주유 전 주유원에게 경유 차량임을 알리고 주유과정을 확인한다 △ 주유 전 반드시 차량의 시동을 끈다 △가급적 현금보다는 신용카드로 결제하되 결제시 금액 및 유종을 확인한다 △주유 후 갑자기 출력이 떨어지고 시동이 잘 걸리지 않거나 엔진부조 등 전형적인 차량 이상 현상이 있을 경우 즉시 정비업체로 견인하여 혼유 사실을 확인한 후 주유소에 통보하라는 유의사항을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와 주유소 혹은 보험사간에 혼유 사고 분쟁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소송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부산지법은 혼유사고에 대한 주유소의 과실책임은 80%가 주유소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부산지법 민사부는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폭스바겐 페이톤 3.0 TDI의 소유자 정모(41.여) 씨가 경남 양산시 모 주유소 업주 권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주유소 업주는 승용차 소유주에게 1206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유 당시 운전자가 주유원에게 경유를 주입해 달라고 했고, 승용차 주유구 덮개에 'Diesel'이란 표기와 함께 붉은 글씨로 '경유'라고 쓰인 스티커가 부착돼 있는 점을 볼 때 혼유사고의 책임은 주유소 측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운전자도 신용카드로 연료대금을 지불한 후 즉시 매출전표를 통해 주문과 다르게 휘발유가 주입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차량의 이상징후를 발견한 직후 엔진을 즉시 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소홀히 해 손실이 확대된 점 등을 감안,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한다"고 판결했다.
또한 지난 2007년 4월 경남 양산의 모 주유소에서 폭스바겐의 디젤 승용차에 경유 대신 휘발유를 잘못 주유하는 바람에 차가 고장 나 수리비 1103만원과 수리기간 다른 승용차 임차비용으로 404만원 등이 나오자 주유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정씨가 일부 승소한 바 있다.
강지혜 기자 ji_hai2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