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7시간보다 뜨거웠던 이승환과 '빠'들의 시간(After 빠데이⑤-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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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7시간보다 뜨거웠던 이승환과 '빠'들의 시간(After 빠데이⑤-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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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종효 기자] 이승환은 팬들에게 까칠한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어느 정도의 선을 넘지 않는 것을 중요시한다. 심지어는 "나를 자기 소유로 아는 팬들도 있다. 팬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상한 팬들도 엄청 많다"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 오죽하면 팬들도 알아서 이승환과의 거리 4m를 유지한다는 농담이 있을까.

그런 이승환도 가끔씩 팬들에게 경계를 풀고 속마음을 터놓을 때가 있다. 그게 '아주 가끔'이라 그렇지만 팬들을 사르르 녹게 만드는 묘한 이승환만의 매력이다.

▲ 이승환 '빠데이7' 공연(사진=김종효 기자)

지난해 '빠데이-26년'에서 이승환은 그런 팬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멘트를 많이 했다. "오늘은 얼굴들이 다 보이네요"라는 말을 하거나 '세가지 소원'을 부르던 중 박자를 놓치고도 "흥이 나서 그래", '물어본다'를 부르면서 "우리 빠들, 우리 드팩민들"을 외쳤다. '가족'의 마지막엔 노래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겠다더니 마지막인 '사랑해요'를 쑥스럽다며 대신 해달라고 했지만 결국 손가락 하트를 시작으로 팬들에게 3단 하트를 날렸다.

절정은 '착한 내 친구'를 부를 때였다. 노래 시작 전 팬 중 한 명이 "사랑해요"를 외치자 "고마워요, 착한 내 친구야"라며 시크하게 답한 이승환은 곡이 끝날 무렵 "나도 사랑해요"라고 말해 팬들의 귀를 의심케 했다. 공연장 자주 다니는 팬들도 듣기 힘들었던 말이다. 물론 후에 이승환은 "너무 하이 텐션이 됐다"며 후회하는 듯한 발언으로 웃음을 안겼지만.

'빠데이'는 이승환이 조금씩 더 팬들에게 마음을 터놓고 다가가는 것이 확연하게 보이는 공연이다. 장시간의 공연은 물론이고 그에 맞게 상향된 티켓 가격 등을 고려하면 '빠데이'는 이승환의 단순한 '팬'이 아니라 마니아적인 팬들을 지칭하는 '빠'들과의 공간이기에 이승환이 조금 더 스킨십을 하는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 이승환 '빠데이7' 공연(사진=김종효 기자)

올해 '빠데이7'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뮤지션 이승환은 10월 8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빠데이7' 공연서 팬들에 대한 진심을 밝혔다.

이날 이승환은 앞서 발표한 '10억 광년의 신호'나 최근 발표한 신곡 '그저 다 안녕'을 포함한 '폴 투 플라이-후(Fall to Fly-後)' 앨범에 대해서 언급했다. 이승환은 "사람들은 내가 어떤 음악을 해도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았다. 내가 어떤 말을 하는지에만 관심이 있다"면서 "하지만 나를 좋아하는 팬들은 알거다. 나는 늘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음원이나 앨범이 처음 나오는 날은 늘 긴장되고 설렌다. 하지만 요즘엔 차트에서 광탈(광속탈락, 차트 순위권에서 밀려나는 것)해도 요즘은 하루 정도만 우울하다. 큰 기대가 없으니"라며 "그래서 생각했다. 내가 어떤 음악을 하든 관심이 없으니 남들과 똑같은 음악을 하지 않고 조금 더 다르고 조금 더 세련된 음악을 할거다"고 예고했다.

이승환은 "내가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이 알고 있으니 그걸로 된 것"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 이승환 '빠데이7' 공연(사진=김종효 기자)

이후 이승환은 사회 현안에 대한 생각을 얘기하다 분위기가 경직된다 싶자 "괜찮아, 웃어. 너무들 억압돼있어"라고 말해 분위기를 풀었다.

이승환은 "아마 제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어느 정도는 저의 생각, 혹은 삶의 방향을 응원해주거나 미약하게나마 뜻을 같이해주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많은 힘을 받는다"며 "제가 사실 여러분 '백' 믿고 그런 말 하는거지 어떻게 하냐"고 해 박수를 받았다.

이어 "광우병 파동 당시가 생각난다. '배후'가 누군지 밝혀내라던 누군가의 말이"라며 "제 배후는 여러분들이고 여러분들의 배후 또한 저입니다"고 말해 큰 환호를 불러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이승환은 "아무쪼록 여러분의 삶과 꿈을 진정 응원한다. 왜냐하면 내 팬이니까, 내 편이니까"라는 말을 해 팬들을 감동시켰다.

▲ 이승환 '빠데이7' 공연(사진=김종효 기자)

이날 '빠데이7' 공연은 인터미션 등을 제외한 순수 공연시간만 무려 8시간 27분 35.56초를 기록했다. 국내 아티스트 단독 공연으론 최장시간 기록. 8일 오후 4시에 시작한 공연은 날을 넘겨 9일 오전 1시50분에야 끝났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난 뒤 밖으로 나온 팬들은 하나같이 "더 놀았으면 좋겠다"를 연발했다.

장시간의 공연이었지만 팬들은 오히려 뒤로 갈수록 더 열광하며 공연장을 지켰다. 이승환이 단지 시간에만 연연하지 않고 8시간 27분여를 온전히 뛰놀 수 있는 '멍석'은 바로 '빠'들이었다. 이승환이 왜 유독 '빠데이'에서 '하이 텐션'이 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멋진 팬들을 두고 어찌 흥분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로 인해 팬들이 알고 있던 이승환의 모습과 또 다른 이승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공연, 바로 '빠데이'였다. 8시간 27분은 '누군가의 7시간'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 힘든, 이승환과 '드팩민'들의 끈끈한 그 무언가를 증명한 시간이었다.

▲ 이승환 '빠데이7' 공연(사진=김종효 기자)

8시간 27분을 '독하게' 논 팬들은 이제 '착하게' 살 준비 중이다. 대기록을 작성한 이승환은 불과 일주일만에 '차카게살자-언중유곡(言中有曲)'을 개최, 본인이 가장 사랑한다는 공연장으로 다시 돌아온다. 수익금을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전액 기부해 오고 있는 국내 최장수 자선공연 '차카게살자'는 10월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88호수공원 수변무대에서 열린다. 16번째 '차카게살자'에는 유시민 작가와 만화가 강풀, 주진우 기자, 구현모 학생의 게스트 출연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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