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스닥시장의 나만 안되는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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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스닥시장의 나만 안되는 연애?
  • 김동호 기자 news4u@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5월 08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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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동호 기자] 사랑해서 떠난다는 말이 있다. 헤어지는 연인들의 흔한 거짓말이다. 사실은 더 이상 사랑하지 않거나, 함께 하는 것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인 카카오가 코스닥 시장을 떠난다. 코스닥과 더 이상 함께하고 싶지 않아졌음이다. 국내 대표 IT(정보통신)기업인 카카오는 코스닥을 떠나 코스피 시장에 이전 상장할 계획이다. 이미 이전 상장 결의를 위한 주주총회도 소집한 상태다.

카카오의 코스피 이전 상장 계획을 접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의 입맛은 쓰다. 갑작스레 이별을 통보한 연인과 마주한 심정일까. 코스닥시장본부는 올해 초 코스닥 시장을 성장·기술형 기업의 메인보드로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함께할 미래를 그리고 있었지만, 그건 혼자만의 꿈이었을까.

맞닥뜨린 현실은 코스닥 시총 2위 기업의 작별 통보다. 심지어 대표적인 성장·기술형 기업이 코스닥을 떠나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국내 대표 온라인포털기업인 네이버도 처음엔 코스닥에 상장했지만 지금은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키움증권과 LG유플러스, 하나투어 등도 코스닥을 떠나 코스피에 자리 잡았다.

올 상반기 IPO(기업공개)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넷마블게임즈 역시 코스피 상장을 택했다. 대다수 게임업체가 코스닥에 상장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이쯤되면 코스닥 시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만도 하다.

상장기업들의 이 같은 결정 뒤엔 코스닥 시장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 코스닥에 상장하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이 크다. 실제로 증시의 큰 손인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코스닥 시장에 대한 투자 규모가 코스피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코스닥 투자 비중이 높은 것이 현실.

중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단기투자가 많은 개인의 투자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주가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테마주나 작전주 등으로 인한 코스닥 상장사의 이미지 악화도 부담이다.

이 외에도 코스피200, 코스피레버리지 등 다양한 지수상품 편입에 따른 수급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도 코스피 상장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런 식으로 우량기업들이 계속 코스닥 시장을 떠난다면 코스닥은 2류시장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미국 나스닥도 기술주 위주의 시장을 표방하고 있지만 결코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 밀리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나스닥 시장엔 여전히 애플과 알파벳(구글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등 내노라 하는 IT 기업들이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미국 증시의 시총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기업들이다. 하지만 뉴욕 증권거래소로 이전 상장을 하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나스닥을 표방하며 시작한 코스닥 시장은 왜 기업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을까? 짝사랑은 슬프다. 돌아선 기업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한 코스닥시장본부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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